혜성이 지구와 충돌.."쳐다보지 말라" "쳐다 보라" 양극화의 종말 보는 듯

김인구 기자 2022. 1. 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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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된 풍자영화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에베레스트 산만 한 크기의 혜성과 충돌하면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구를 날려버릴 혜성이 돌진하는 무시무시한 진실을 앞에 두고 이들은 다음 선거에서 이길 궁리만 한다.

혜성이 지구에 접근하는 걸 보지 못하게 하려고 "하늘을 쳐다보지 말라(돈 룩 업)"고 하는 쪽과 다가오는 위협을 똑바로 응시하기 위해 "쳐다 보라(룩 업)"고 하는 쪽이 대립하는 장면은 마치 극에 달한 양극화의 종말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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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톡 - ‘돈 룩 업’

잘된 풍자영화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공익을 앞세우는 정치권력이나 자본가의 위선이 폭로될 때 관객들은 시원한 대리만족을 체험한다.

이 점에서 ‘빅쇼트’(2016) ‘바이스’(2019) 등을 만들었던 ‘돈 룩 업’(사진)의 애덤 매케이 감독은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남이 숨기고 싶어 하는 구석을 잘도 긁어낸다. 찌르거나 후벼 파지는 않는다. 유머와 위트로 은근슬쩍 도발한다. 하지만 방법이 은근하고 코믹하다고 해서 드러난 실체가 두루뭉술한 건 아니다. 너무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더 섬뜩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천문학과의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런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우연히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혜성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에베레스트 산만 한 크기의 혜성과 충돌하면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곧바로 이를 정부에 알리고 여성 대통령 제이니 올린(메릴 스트리프)과 그의 아들이자 비서실장 제이슨(조나 힐)을 직접 만나게 된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그 자리에 동석하려던 국방부 장관은 무료로 제공되는 물과 과자를 건네면서 10달러의 돈을 받아 챙겨가고, 대통령 일행은 법무부 장관 스캔들 기사 때문에 정신없다는 핑계로 이들을 마냥 기다리게 한다. 지구를 날려버릴 혜성이 돌진하는 무시무시한 진실을 앞에 두고 이들은 다음 선거에서 이길 궁리만 한다. 참다못한 디비아스키와 민디 교수는 이 사실을 언론에 직접 알리기로 하고 유명 뉴스쇼에 출연한다. 그러나 언론 역시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지 않다. 오직 시청률에만 신경 쓴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상황인가.

얼핏 영화 같은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국민을 외친다. 그러나 그 뒤에 복잡한 셈법이 숨어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세계적인 기업가들은 사회와 경제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종종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 어떤 부정도 서슴지 않는 면모를 드러낸다.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에서 조 바이든의 민주당으로 바뀐 미국 사회는 현재 어느 때보다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정치와 무관한 일까지 색을 입혀 서로 간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

5만 달러(약 6000만 원) 임대주택에 산다던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보트 정박소까지 갖춘 초호화 저택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내부고발자에 의해 회사 경영 과정에서의 비윤리적 관행들이 폭로되면서 이용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빚어진 인류의 위기를 목격했다. 예방 접종과 거부 사이에서 벌어진 논란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갈등이었다. 정치적 목적이나 기업의 비윤리적 행동에 의해 과학적 사실은 얼마든지 무시될 수 있다는 것을 봤다.

‘돈 룩 업’에는 이런 풍자가 촘촘하게 들어 있다. 혜성이 지구에 접근하는 걸 보지 못하게 하려고 “하늘을 쳐다보지 말라(돈 룩 업)”고 하는 쪽과 다가오는 위협을 똑바로 응시하기 위해 “쳐다 보라(룩 업)”고 하는 쪽이 대립하는 장면은 마치 극에 달한 양극화의 종말을 보는 것 같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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