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하고 욕먹기 [오늘을 생각한다]

2022. 1. 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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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올해 6월부터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에 보증금이 붙는다. 세계 최초다.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회용 컵 보증금은 1개당 200~300원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소주병 보증금이 100원, 맥주병은 130원인데 일회용 컵이 최소 200원이라고?’ 그렇다. 유리병과 일회용 종이컵/플라스틱컵의 제조원가를 고려하면 더욱 의아한 금액이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카페 시장 규모는 세계 3위(유로모니터)다. 미국 261억달러, 중국 51억달러, 한국 43억달러, 일본 40억달러 순으로 인구가 한국의 2배인 일본보다 카페 시장이 더 크다. 당연히 일회용 컵 사용량도 많을 수밖에 없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의하면 한국의 테이크아웃 컵 사용량은 연간 84억개에 달한다. 카페 매출액 규모가 10여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했지만, 덩달아 늘어난 폐기물 처리 비용은 판매자도, 소비자도 부담하지 않았다.

빈 병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소주병·맥주병 등의 회수율은 97.9%, 그중 재사용·재활용 비율은 87%다. 회수된 빈 병은 평균 8회 정도 세척 후 재사용된다(일본 28회, 독일 50회). 반면 일회용 컵의 재활용률은 5%에 불과하다. 들고 다니면서 마시다가 ‘아무 데나’ 내려놓는 사람이 아무리 많다 쳐도 5%는 너무 낮게 잡은 게 아닌가 싶겠지만 이는 환경부 추산이다. 함정은 ‘분리배출=재활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보증금 제도의 핵심은 일회용 컵 분리배출·분리수거가 아니라 ‘표준용기’ 사용에 따른 재활용률 제고에 있다.

자원재활용법 제15조의2 제2항에 따라 환경부 장관은 용기의 재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빈용기보증금’이 적용된 제품에 사용된 용기 중에서 규격이 통일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기(표준용기)를 지정할 수 있다. 즉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되면 어느 카페나 동일한 재질의 컵을 사용하게 되며, 염료에 의한 재활용 품질 저하 및 염료에 의한 중금속 성분 문제 때문에 일회용 컵 표면의 인쇄는 지양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방침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모처럼 좋은 일을 하면서 욕먹게 생겼다.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때문이다. 보증금 적용 사업장을 가맹점 수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 사업자와 운영 매장 100개 이상인 사업자로 한정해버렸다. 환경부는 매장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 카페만 적용하더라도 재활용률을 37%까지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리병 재활용률의 절반도 안 되는 목표로 보증금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까? 나머지 57억개 일회용 컵은 어쩌란 말인가?

제대로 된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 컵 무단투기를 근절할 수 있지만, 엉터리 시행령대로 가면 3분의 2는 여전히 거리에 나뒹굴 것이다. 윤리적 소비를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의 취향 때문에 보증금 제도에서 배제된 개인 카페가 역차별당할 수도 있다. 보증금 제도는 보편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환경부는 부디 결자해지하라.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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