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이유 [편집실에서]

2022. 1. 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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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뜨겁습니다. 키움 히어로즈의 영구결번 1순위라는 박병호 선수는 kt 위즈로 떠났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원팀맨이던 손아섭 선수는 NC 다이노스로, 원년 멤버이자 첫 우승의 주역인 NC 다이노스 나성범 선수는 KIA 타이거즈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떠나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은 쓰립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죠. 자신을 더 높게 평가해주는 팀으로 ‘이직’한다는 데 막을 재간이 있겠습니까.

연말연초를 맞아 신변에 변화가 생긴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회사를 옮기는 사람들입니다. 더 좋은 대우를 약속받고 자리를 옮겼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은 이직을 부러워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잦은 이직은 경쟁력으로 인정받기도 합니다. 사실 오너가 아닌 이상에야 지금 있는 자리가 영원히 자신의 자리일 수는 없습니다. 종신고용의 신화가 무너진 지금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줄 조직은 없습니다. 그러니 한푼이라도 더 준다고 할 때 떠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호봉제가 약화되고 성과급제나 직무급제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현실도 이직 선호에 영향을 줬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아 있는 사람들의 입장이 묘해졌습니다. 어느 때부터 한 직장에 오래 있는 것을 ‘루저’처럼 보는 시각이 생겼습니다. 더 높은 몸값을 주겠다는 데가 없으니 그냥 눌러앉아 버린 게 아니냐는 것이죠. 오래된 선배를 보는 후배들의 시선도 묘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많이 다른 풍경이죠. 한 직장에서 장기근속하며 퇴직하는 것이 샐러리맨의 자랑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떠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런 이유만 있지는 않습니다. 조직이 나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는 것, 즉 조직이 홀대했다는 이유도 적지 않습니다. 의외로 우리는 내 주변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내가 보는 것보다 훨씬 훌륭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인데 말이죠. 프로야구 FA가 꼭 그런 모습입니다. 우리 팀 프랜차이즈는 내보내고 다른 팀 FA는 수십억을 주고 데려옵니다. 프랜차이즈로서의 상징성, 팀에서의 역할 등을 고려하면 별로 남는 장사도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저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여서일까요?

개인도 마찬가집니다. 그때는 미처 몰랐는데, 떠나고 보니 너무 아까운,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항상 옆에 있을 것 같아 무심하게 대했는데 알고 보니 나에게 정말 소중했던 사람요.

새해입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돌아보는 게 어떨까요. 의외로 소중하고 감사한 사람이 아직 옆에 있음을 깨달을지도 모릅니다. 코로나19로 모임은 닫혔지만 다행히 카톡이나 문자, 전화는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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