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국면 '핵잠수함' 보유론 수면 위로.. 효용성 논란 불가피 [디펜스 포커스]

박수찬 2022. 1.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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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까다로운 '꿈의 잠수함'
이재명 "한·미동맹 바탕 건조 추진"
윤석열 "감시·정찰문제 중요" 팽팽
국민 75%가 '찬성'.. 보유 공감대
'北 잠수함 대응 수단 갖춰' 반론 속
막대한 비용·기술격차 등도 지적
일각 고효율 도산안창호함 주목
강력한 공격력과 무제한적인 잠항능력을 갖춘 핵추진잠수함은 각국의 해군이 탐내는 ‘꿈의 잠수함’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경제적 제약이 많아 보유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전략자산이다. 국내에서도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시행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핵추진잠수함 보유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핵추진잠수함 보유 논란 불거져

대선 국면에서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주장한 측은 여권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달 24일 국방분야 공약을 발표하면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국과 외교 협력을 지속, 장기간 수중 매복과 감시·정찰이 가능한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같은 달 29일 코리아타임스 등 영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린 군사 주권을 가진 국가이고,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저비용으로 장시간 수중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핵추진잠수함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호주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미국과 협의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것인데, 미국이 호주에 대해서 기술 이전을 하는 걸 보면 우리 역시 충분히 설득해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영국·호주는 지난해 9월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를 만들었다. 미국과 영국은 오커스 창설을 계기로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미국 외의 제3국과 협력하는 것에 대해선 “다른 나라하고 협력한다는 건 미국과 선을 긋겠다는 건데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영국, 프랑스 등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유럽 국가와의 협력 가능성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이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지원을 ‘예외적 조치’로 규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협의나 협력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야권은 핵추진잠수함보다 감시·정찰능력 강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지난해 11월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핵추진잠수함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감시·정찰문제다. 한·미·일이 상호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여론은 어떨까. 통일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0월21일부터 11월2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조사(표본오차 ±3.1%p)한 결과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5.2%가 찬성했다. 응답자 중 민주당 지지자의 찬성률은 78.3%, 국민의힘 지지자의 찬성률은 72.9%였다. 지지 정당이 없는 응답자는 74.5%가 찬성했다. 정당지지 성향과 관계 없이 핵추진잠수함 보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효용성 논란…도산안창호함 모델 주목

핵추진잠수함 보유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지만 미국과의 협의와는 별도로 효용성 등에 대한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주장하는 측은 북한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을 근거로 들고 있다. 북한 잠수함이 먼바다에서 SLBM을 기습발사를 시도하기 전에 먼저 타격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의 능력은 제한적이고 한국군이 대응할 수단도 이미 갖췄다는 반론도 많다. 잠수함은 육상 기지에서 무장과 연료 등을 보급받지 못하면 전투를 할 수 없다. 북한의 잠수함 기지는 한·미 연합군이 파악하고 있다. 감시·정찰 자산을 통해 북한 잠수함 기지를 감시하면서, 유사시 미사일 등으로 신속하게 선제타격하면 북한 잠수함과 SLBM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위협 수준이 높아졌을 때 현재 운용중인 전력을 공세적으로 사용하는데 필요한 국가적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지휘통제체계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변국과의 해군력 경쟁을 고려하면 사정은 달라진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보다 더 우수하고 규모도 큰 해군력을 갖고 있다. 전통적 방법으로는 해군력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전략적 억제력을 갖춘 핵추진잠수함 보유론이 끊이지 않는 것이고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보유와 관련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핵추진잠수함 8척 건조에 1710억 호주달러(약 145조1072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거액을 들여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해도 선진국들이 이미 확보했던 수준의 기술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비용을 투입했는데도 기술적 격차 해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효용성 논란 등에 직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해군이 도입한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 주목한다. 도산안창호함은 잠항시간 등의 측면에서 기존 디젤잠수함보다 더 높은 효율성을 갖췄다. 여기에 SLBM으로 대표되는 핵추진잠수함의 전략적 타격력을 결합했다. 지난해 9월 SLBM 시험발사에 성공해 실질적인 전투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이 같은 모델은 다른 나라에도 조금씩 확산될 추세다. 인도가 추진 중인 신형 P-75 잠수함 도입 사업은 디젤잠수함에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방식이다. 일본도 2020년대 후반을 목표로 잠수함에 사거리 1000㎞급 순항미사일을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우주력 건설 계획과 연계해 내륙에서 적 대형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대함탄도미사일(ASBM) 체계처럼 전략적 성격을 지닌 비대칭무기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해군력 현대화와 더불어 선진국들이 갖지 못한 비대칭무기까지 고려한 해상 억제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만한 기술적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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