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로 간 덕수고 이서준의 꿈은 "서울대 최초 프로야구 선수"

안승호 기자 2022. 1. 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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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서울 덕수고 야구부 이서준 선수가 지난달 21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해 9월13일은 2022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일이었다. 덕수고 야구부 3년생 11명이 야구부 콘테이너 박스에 모였다. 투수 하혜성이 5라운드에서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잠시 뒤 6라운드에서 내야수 한태양이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올시즌 타율 0.397로 내실 있는 활약을 했던 내야수 이서준 역시 친구들처럼 호명되기를 마지막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어떤 구단도 이서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낙심할 틈이 없었다. 이서준은 곧바로 스터디카페로 달려갔다. 서울대 수시전형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서준은 지난달 21일 덕수고에서 기자와 만나 서울대 체육교육과 합격 스토리를 전했다. 이서준은 고교야구 엘리트 선수로 서울대에 진학한 역대 3번째 인물이 됐다. 덕수고에서는 2013년 이정호에 이어 2번째 서울대 합격 이력을 남겼다.

이서준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경기도 용인 수지 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를 시작하며 어머니와 공부도 병행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약속을 지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배명중 시절에도 야구를 하면서 중상위권 성적은 유지했다. 이서준은 “반에서 10등 안에는 든 것 같다”고 말했다.

덕수고 정문에 걸려 있는 이서준의 서울대 합격 축하 현수막. 안승호 기자


그러나 자사고인 휘문고로 진학해서는 야구를 하면서도 공부로도 경쟁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내신 등급도 기대 이하로 내려갔다. 여러 고민 끝에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기 좋은 경북 문경의 글로벌선진학교로 전학했다. 영어로 수업을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하필 2학년 2학기로 가면서 야구부가 해체됐고, 이서준은 새 학교를 찾아야했다. 그래서 만난 곳이 서울 덕수고였는데 이서준은 “다행히 내 포지션인 3루수가 비어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행운이라면 덕수고 정윤진 감독의 ‘교육열’이 이서준의 서울대 진학에 하나의 동력이 됐다는 점이다. 이서준은 “감독님이 야구를 하면서도 서울대 준비를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입시에 필요한 것들을 상세히 알려주시면서 모의고사도 전부 볼 수 있게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서준은 “수능까지 두달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새벽 2~3시까지 열심히 했다”며 “시험장에 들어가 아는 것만 열심히 잘 풀었다. 불안감이 있었지만 다행히 필요한 등급을 모두 넘었다”고 말했다.

입시 전략적으로도 성공이었다. 이서준은 덕수고에서 2번 또는 5번타자를 치는 중심선수로 개인성적이 좋았고, 봉황대기 정상에 오른 팀성적도 뒷받침됐다. 최소 내신 등급(4등급)과 수능에서 필요한 두 과목(국어·영어)기준 등급을 모두 넘었다.

이서준은 다시 공부하며 학교 야구부에서 운동하는 대학 생활을 기대하고 있다. 진로의 폭도 넓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롤모델은 메이저리그 대형 3루수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스)과 두산 3루수 허경민이다.

이서준은 “공부하면서 다시 도전해보겠다. 드래프트에 다시 참가해 사상 최초의 서울대 출신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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