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낙농산업 생존 위기, 신경전 벌일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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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은 떨어지고, 우유 소비는 계속 줄어요. 거기에 값 싼 외국산 우유가 물밀듯 들어오죠. 기업과 낙농업자, 정부, 학계가 모두 머리를 맞대도 해법을 찾기 어려운데, 대화장조차 열리지 않으니 답답하네요."
지난달 30일 원유(原乳)가격 책정 방식 개편 논의를 위해 소집됐던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생산자 측 이사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낙농가의 목숨줄을 담보로 쿼터 삭감 및 원유가격 인하를 추진해 생존권을 유린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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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은 떨어지고, 우유 소비는 계속 줄어요. 거기에 값 싼 외국산 우유가 물밀듯 들어오죠. 기업과 낙농업자, 정부, 학계가 모두 머리를 맞대도 해법을 찾기 어려운데, 대화장조차 열리지 않으니 답답하네요.”
지난달 30일 원유(原乳)가격 책정 방식 개편 논의를 위해 소집됐던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생산자 측 이사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사회가 무산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계속된 파행에 지친 한 유기업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낙농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원유 생산 구조가 소비 구조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낙농산업은 쿼터제와 생산비 연동제를 주축으로 유지되고 있다. 쿼터제는 생산자들이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원유량을 쿼터로 보장하는 것이다.
쿼터 범위 내에서는 농가에서 생산한 원유 전량을 유업체가 정상가격에 매입해야 한다. 생산비 연동제는 원유의 가격을 시장의 수요·공급 상황과 관계없이 생산비용 증감에 따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생산비 연동제가 수요를 반영하지 않고 물가와 생산비만 고려해, 시장과 괴리가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가공용 우유의 가격을 낮추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흰 우유에 쓰이는 음용유(186만8000톤)는 리터당 1100원, 치즈 등을 만드는 가공유(30만7000톤)는 이보다 저렴한 900원 등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생산자 측은 이 같은 개편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낙농가의 목숨줄을 담보로 쿼터 삭감 및 원유가격 인하를 추진해 생존권을 유린한다”는 것이다. 낙농가 입장에선 원유 가격 인하도 문제지만, 쿼터 삭감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낙농가들은 정상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원유량을 늘리기 위해 다른 낙농가로부터 ‘쿼터’를 돈을 주고 매입한다. 쿼터 가격은 지난해 kg당 90만원선까지 올랐다가 최근엔 7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매일 1kg씩, 1년에 365kg을 정상가에 납품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낙농가가 지난 15년간 거래한 금액은 수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현재 쿼터 물량을 209만톤에서 187만톤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감소한 22만톤의 쿼터 가치를 최근 가격으로 추산하면 약 4000억원이다. 정부는 음용유 쿼터보다 더 많은 양을 가공유 쿼터로 보장하겠단 입장이지만, 낙농업자들로선 미래 기대 이익보다 당장의 손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2026년부터 유럽·미국산 우유에 전부 무관세가 적용되면 저렴한 해외 우유가 대거 수입된다. 유럽과 미국의 원유 가격은 국내 원유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4년도 채 남지 않았다.
개편이 필요한 제도, 그리고 제도 개편으로 인한 농가의 손실. 이 문제는 결국 대화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버티기는 해법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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