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 도시 봉쇄까지 하던 北.. 월북 사흘 넘도록 '조용'

구윤모 2022. 1.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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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의 탈북민 A씨가 강원 고성군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어 월북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월북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월북 사건 이후 북한군 쪽에서 대대장급 지휘관과 간부들이 비무장지대(DMZ) 초소들을 방문해 철책을 점검한 정황은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됐다.

같은 해 9월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해역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업무를 수행하던 중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사살·소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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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GOP 월북사건 北 속내 뭘까
대북통지문 2건에 아직 답변 없어
서해 공무원은 코로나 구실로 '사살'
'무조건 사살' 방역 지침 변화 가능성
北측서 4명 마중 정황 TOD 포착
당국선 "대공 혐의점은 없다" 밝혀
탈북민 짐 정리 등 월북 준비 정황
30대 초반의 탈북민 A씨가 강원 고성군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어 월북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도시 전체를 봉쇄하거나 서해에서 표류하던 우리 측 공무원을 사살·소각했을 때와는 다른 행보다.

◆코로나19 방역에 민감했던 北… 월북 사흘째 잠잠

군은 월북 다음 날인 2일 발송한 2건의 대북 통지문에 대한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북한은 월북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월북 사건 이후 북한군 쪽에서 대대장급 지휘관과 간부들이 비무장지대(DMZ) 초소들을 방문해 철책을 점검한 정황은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됐다. 접경지역에서 월북이 이뤄졌으므로 경계태세를 확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는 과거 사례와 대조된다. 북한은 앞서 2020년 7월 탈북민이 월북하자 “개성시에서 악성 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고 3주간 개성시를 완전히 봉쇄했다. 같은 해 9월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해역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업무를 수행하던 중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사살·소각됐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19에 대응한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신변 정리? 지난 1일 월북한 탈북민 A씨가 월북을 앞두고 지난해 마지막 날 주거지의 짐을 정리한 뒤 버린 이불에 ‘경비실로 연락 바란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분리수거장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비인륜적 조치 비난 부담됐나… 매뉴얼 변화 가능성도

월북자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간 직후 북한 쪽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 4명이 군 열상감시장비(TOD)에 식별됐다. 일각에서는 북한 측에서 3명이 월북자를 마중나온 상황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북한이 그동안과는 다른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코로나19 경계심을 극도로 높인 상태”라며 “이번 월북 이후 북한의 반응은 분명 이상하다. 북한 방침으로 보면 월북자를 사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월북자의 대공 혐의점이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만큼 북한군이 월북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는 ‘무조건 사살’이라는 북한의 방역 매뉴얼이 완화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북한이 서해 공무원 사건 당시 비인륜적인 행위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했던 것이 그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서해 공무원 사건 때 파장이 상당이 컸다”며 “당시는 해상에서 매뉴얼대로 강하게 움직였다면, 이후에는 내부적인 지침을 조금 더 현실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서해 공무원 사건이 있었기에 이번 월북자가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시 북한 입장에서 비인륜적인 집단으로 매도되는 등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신중하게 대응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적막감 도는 북녘 2일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군사분계선(MDL) 북쪽의 구선봉과 모래밭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고성=뉴시스
이런 가운데 탈북민 A씨가 월북 하루 전인 지난해 마지막날 자신의 짐을 정리하는 등 월북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했던 A씨는 청소용역업에 종사했다. A씨는 임대료와 보험료를 몇 달째 체납했고 수도·가스도 거의 쓰지 않는 등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A씨가 한국 정착 과정에서 북한탈주민법에 따라 주거·의료·생계·취업 등 전반적인 정책 지원을 정상적으로 받아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탈북민은 국내에 입국하면 하나원에서 12주간 사회적응 교육을 받은 뒤 거주지 전입 후 5년간 신변보호를 비롯해 취업·교육 등 지원을 받는다. A씨도 2020년 11월 탈북 후 하나원 교육을 받고 지난해부터 남한사회에 본격적으로 정착해 이 같은 정책 지원을 받았다.

구윤모·박수찬·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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