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협회 견제→3위 피날레' 김연경, 남은 것은 월드클래스의 거취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2022. 1. 5. 0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효하는 김연경. ⓒ중국배구협회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김연경(34·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이 자신과 팀을 향한 납득할 수 없는 견제에도 훌륭히 시즌을 마쳤다.

김연경이 이끄는 상하이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광둥성 장먼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1~2022 중국여자배구 슈퍼리그(CVL) 랴오닝 화쥔과의 3위 결정전(3전 2선승제) 2차전에서 3-0(25-20, 25-17, 25-14) 셧아웃 승리를 거둬 2승 무패, 최종 3위로 시즌 피날레를 알렸다.

김연경은 지난 장쑤 제니스 철강과의 준결승서 1차전만 모습을 드러냈고, 2·3차전 왕즈텅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해 벤치에서 팀의 탈락을 지켜봤다. 그렇게 맞이한 3위 결정전이었기 때문에 김연경 입장에서 다소 김이 샐 수도 있는 상황.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로 인해 선수단이 철저히 격리된 채 숙소와 경기장만을 오갔던 시즌이었기 때문에 체력·정신적으로도 지칠 법도 한 김연경이었다.

하지만 김연경은 ‘월드클래스’ 실력을 입증하면서도, 소홀함이나 방심은 찾아 볼 수 없는 프로다운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코트 위 맏언니로서 젊은 선수들을 북돋아주는 리더십이 빛났다. 특히 이날 세터 쉬샤오팅의 토스가 흔들리거나 팀의 2단 연결이 완벽하지 않을 때도, 에이스로서 어려운 하이볼을 모두 처리해주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연경의 올 시즌 최종전은 지난 1차전에 비해 세트당 득점(5.25→6.67점), 공격 성공률(40→51.35%)이 모두 올라갔다. 리시브 정확 비율도 47.6%에서 70%까지 상승시켰다. 모두 시즌 평균 기록을 상회하는 수치. 그렇게 김연경은 ‘공수겸장’ 레프트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시즌 최고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공식 웨이보 계정

김연경은 지난 시즌 한국 무대를 떠나 4년 만에 상하이로 돌아와 ‘4개국 리그 제패’에 도전했다. 이미 한국, 일본, 터키서 우승을 경험한 김연경은 중국 무대 우승컵까지 추가하고자 했던 것. 상하이에는 이미 김연경과 터키 엑자시바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조던 라슨(미국)이 있었다. ‘2020 도쿄올림픽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라슨과 함께라면 충분히 우승에 도전해볼 수 있던 상황.

하지만 중국 배구 협회의 ‘졸속 행정’이 발목을 잡았다. 시즌 시작을 앞두고 갑작스레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동시에 코트를 밟을 수 없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지난 시즌 상하이가 루이자 리프만(독일)과 라슨을 모두 활용할 때는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협회의 결정으로 상하이는 졸지에 반쪽짜리 팀이 됐다. 베테랑 라슨과 김연경을 필두로 자국의 젊은 선수들을 조합해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노렸으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시즌 중국 리그에는 상하이만이 외인 선수가 둘이었다. 사실상 상하이의 우승을 저격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그럼에도 김연경은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했다. 라슨과 출전이 번갈아 이루어지며 전체 득점에서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세트 당 득점 5.56점(178점/32세트)으로 이 부문 2위(결승 기록 미포함)에 랭크됐다. V리그에서는 따로 집계하지 않는 기록이지만 리시브 정확을 포함한 ‘포지티브 리시브(세터 반경 약 3m 이내로 보내준 리시브) 비율’을 75%를 찍으면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월클’ 레프트로서 공수 모두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것.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공식 웨이보 계정

결국 김연경의 다사다난했던 중국에서의 한 시즌은 이렇게 종료됐다. 우승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여전한 ‘클래스’를 증명한 김연경이다. 이제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녀의 향후 거취.

국내 무대로 복귀하는 것도 선택지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돌아오더라도 올 시즌은 이미 선수등록기간이 끝났기에 다음 시즌이 돼야 출전이 가능하다. 또한 현재 김연경은 이전 소속팀 흥국생명의 임의탈퇴 선수로 묶여 있어 무조건 흥국생명에서 1년을 뛰어야하는 제약도 있다

따라서 ‘대어’ 김연경을 향한 해외 리그 러브콜은 쭉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5월 상하이와 1년 계약 당시 터키 리그 팀들이 이미 외국인 선수 계약을 마친 것도 그의 중국행 결정에 영향을 준 바 있다. 그렇기에 다시 세계적인 리그인 터키로의 복귀 가능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 그 외 이탈리아 리그나 지난해 출범한 미국여자배구리그도 꾸준히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남은 것은 '대한민국 배구의 아이콘' 김연경 본인의 선택이다. 김연경은 휴식기를 갖고 이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흥국생명 소속으로 활약하던 김연경(가운데). ⓒ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