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맛으로 보는 세상' 사라진 추억

김경환 정책사회부장 2022. 1. 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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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 '맛으로 보는 세상'(이하 맛보세)라는 칼럼을 썼다. 맛집을 꽤나 알고 있다는 치기에 쓴 음식과 맛에 대한 칼럼이다. 지금은 잠정 중단했지만 언제라도 다시 쓰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맛집은 추억과 기억의 총체적 집합체다. 그 당시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기분을 비롯한 총체적 경험이 혼재돼 맛으로 기억된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맛집은 이러한 하나하나의 경험과 추억이 모인 총체적 기억의 결과물이다. 물론 음식 전문가들과 평론가들은 오롯이 맛에 집중해 객관적으로 진정한 맛집을 선별해 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생각하는 맛집은 조금은 허술하더라도 정이 넘치고, 인심좋고, 웃음꽃 피는 나만의 맛집이다.

살아오면서 음식을 접하면서 느꼈던 강렬한 기억이 몇 가지 있다. 지금도 처음 느꼈던 맛이 생생히 생각나는 음식들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짜장면이란 걸 영접했던 경남 진해의 어느 오래된 중국집 △진해중앙시장에서 먹고 반했던 야채와 고기까지 듬뿍 들어간 독특한 떡볶이 △우물 옆에서 시큼한 깍두기와 함께 말아내던 잔치국수 △마산에서 처음 먹어보고 지금까지 역대급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돼버린 아구찜과 미더덕찜 △경북 영천에서 처음 먹었던 배추·대파·부추·쌀가루와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간 고디국(다슬기국) △바다장어를 갈아 방아잎을 넣어 끓인 장어국 △미8군에 다니던 이웃 아주머니가 먹어보라며 건내줬던, 그리고 먹자마자 이런 음식도 있구나 신세계를 경험했던 피자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아메리카나'란 체인점에서 첫경험한 햄버거와 핫도그 △팬피자만 먹어보다 화덕에서 구운 나폴리피자를 처음 접했을때 느꼈던 고소함과 담백함 △서대문구 노고산동에서 고깃집을 하시던 외삼촌 때문에 처음 먹어봤던 돼지갈비 △서울 고속터미널 근처 상가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충격을 받았던 돈까스(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아버지 직장으로 인해 어릴때 수년간 경남 진해에 살아서 경남에서 처음 먹어봤던 음식들이 많다는 걸 이해해주시길)까지 다양한 음식 경험은 칼럼의 토대가 됐다.

맛집을 선별할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균형이다. 과하게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균형 잡힌 음식이야말로 삶의 원동력이자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요즘 맛집들을 보면 하나같이 버티기 쉽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불과 2년전이지만 '맛보세'에서 언급했던 좋아하는 맛집들 가운데 이미 상당수가 코로나19 불황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피시앤칩스와 기네스맥주가 맛있던 이태원의 아이리시펍, 처음으로 커다란 삼배체굴을 맛봤던 와인마시기 좋은 한남동의 오이스터바 등이다.

최근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안겨준 이른바 '노포' 음식점들도 버티지 못한다. 서대문에서 60년간 영업해온 대표 고깃집인 통술집이 대표적이다. 96년된 한국의 첫 경양식집 '서울역그릴'도 지난해말 문을 닫았다. 우리에게 맛과 추억을 선사하던 식당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은 소중한 추억을 앗아가는 일이다.

자영업자들이 줄어드는 것은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인원 및 영업시간제한 등 정부 대책으로 속수무책 피해를 입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그냥 둬선 안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하다고 자영업자들의 희생과 고통을 일방적으로만 강요해선 안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한 달 평균 158만원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도 월평균 소득 275만원과 비교하면 42.5%나 급감한 수치다. 이는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자영업자들의 모든 손실을 메워주라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부터라도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보상할 적정 수준의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의 밑바닥을 받치는 자영업자들이 죽어나가는 현실을 여야의 대통령 후보들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부디 더 이상 나의 추억이, 나의 맛집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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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정책사회부장 kenny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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