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월북, 대대장은 귀순으로 판단했다

원선우 기자 2022. 1.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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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강원도 최전방의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고성 GP 모습. /연합뉴스

탈북민 김모(30)씨가 지난 1일 강원 고성 22사단 철책을 뚫고 월북한 사건과 관련, 전방 경계 1차 책임자인 대대장이 당초 상황을 ‘월북’이 아닌 ‘귀순’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이날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 등이 대대장에게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1일 오후 9시 20분쯤 비무장지대(DMZ)를 활보하는 김씨 모습이 열상감시장비(TOD)에 나타나자 월북자가 아닌 귀순자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이 상황을 오판한 탓에 김씨 신병 확보 등 대처가 늦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에 따르면, 김씨가 1일 오후 6시 40분 22사단 일반전초(GOP) 철책을 뛰어넘을 때 대대 경보만 울리고 여단·사단·군단에는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절단(切斷)이 아닌 절곡(折曲·부러져서 굽어짐) 경보여서 보고가 상급 부대까지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합참도 9시 30분이 돼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과학화 감시 시스템의 허점도 나타났다. 현장 중대장은 철책 경보가 울렸던 6시 40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 TV를 돌려봤지만 김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CCTV에 기록된 시각이 실제와 상당 부분 차이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 의원은 지적했다.

국방부가 김씨의 대공 용의점을 섣불리 부인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3일 브리핑에서 김씨가 국가 주요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직업에 종사했다는 이유로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 당국자는 “김씨의 자세한 통신 내역 등은 관계 기관이 현재 조사 중”이라며 “대공 혐의점이 100%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씨 월북 사흘째인 이날도 북한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2020년 7월 탈북민 김모(26)씨가 월북했을 때는 4~5일 만에 개성을 봉쇄하고 정치국 비상회의를 소집, 코로나 방역 경보를 내린 적이 있다.

그래픽=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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