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中道.. 실천불교와 교합불교의 치열한 논쟁

권구성 2022. 1. 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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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스님·신상환 박사 대담집 '스님, 제 생각은 다릅니다'
도법 "붓다의 가르침 따라 중도로 가면
복잡하지 않게 진실이 잘 드러나게 돼"
신상환 "이론 문제, 이론으로 해결해야
그렇지 않아서, 또다른 문제가 발생해"
둘 다 중도의 해석과 표현 다르지만
실천불교 중요성에 대해선 한목소리
실상사 도법스님(오른쪽)과 중관학자인 담정 신상환(왼쪽)은 2019년 봄부터 2020년 가을까지 10여 차례 만나 ‘중’과 ‘중도’에 관한 대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중도에 관해 이견을 보이지만, 실천불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도서출판b 제공
흔히 불교에서 모든 수행은 ‘중도(中道)’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중도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이지만, 그 해석이나 표현은 조금씩 다르다. 불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동시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천태종의 천태사상에서는 ‘쌍차쌍조(雙遮雙照)’가 중도와 맥을 같이한다. ‘양극단을 차단하고 양극단을 비춘다’는 뜻으로, 대립하는 양극단을 모두 아우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화엄종의 화엄사상에선 ‘이사무애(理事無碍)’가 그렇다. ‘이치와 일이 걸림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불교의 대표 선승인 고우(古愚) 스님은 “불교의 근본이 중도이고 선은 중도를 체험하고 실천하는 것”이라 했다. 이렇듯 중도를 지향하는 것은 종단의 벽을 넘어 불자가 지녀야 할 기본자세로 여겨진다.

한국 실천불교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는 실상사 도법스님과 중관학자인 담정 신상환은 2019년 봄부터 2020년 가을까지 10여 차례 만나 ‘중(中)’과 ‘중도’에 관한 대담을 나눴다. 실천불교와 교학불교를 대표하는 두 지성의 대담인 셈이다. 책 ‘스님, 제 생각은 다릅니다’는 이들의 대담 내용을 엮은 결과물이다. 두 사람은 중도에 관해 치열하게 논쟁하면서도, 실천불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낸다.

도법스님은 한국 불교 개혁의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1966년 금산사에서 출가한 그는 “한국불교 이대로 가면 큰일”이라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1990년 청정 불교 운동을 이끈 개혁 승가 결사체인 선우도량을 시작으로,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를 창립하여 귀농운동, 생활협동조합, 대안교육, 환경운동 등을 벌였다.
도법, 신상환 지음/도서출판b/1만6000원
책에서 도법스님은 불교적 실천이 중도행(中道行)이라 말한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중도적으로 접근하면 복잡하지 않게 진실을 잘 드러냄으로써 문제를 잘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것을 ‘여실지견(如實知見行·현상을 있는 그대로 주시)행(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중도는 가야 할 길이고, 중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 그렇게 보면 되지 않을까. 여실지견을 중도행의 하나로 보면, 여기서 보는 것은 행위이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 연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붓다 생애의 맥락과도 잘 맞는다고 여겨진다.”

반면 신상환은 중도라는 그 이름마저도 방편교설로 가설적인 것, 희론(戱論 : 대상을 분별하여 언어로 표현)이라 부르는 중관학파의 태도로 일관한다. “스님께서 중도를 여실지견이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이론적인 문제는 이론적인 문제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과 중도는 다른 것이다. 중도는 딱 하나다. 팔정도(八正道 : 깨달음의 경지인 열반에 이르게 위해 수행해야 하는 여덟 가지 덕목)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것이 중도가 경전에 등장하는 유일무이한 장면이다.”

도법스님은 연기법의 핵심이 중도라고 보지만, 신상환은 연기실상의 체화와 언어의 한계를 강조한다.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면서도 실천불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한다. 다만 이 지점에서도 신상환은 실천불교를 위해 명확한 개념 정리를 비롯한 교학불교를 강조하지만, 도법스님은 그것이 현실 속에서 대중이 쉽고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도법스님은 “이제(二諦)로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 표월지지라고 본다”며 “달은 진제(眞諦), 손가락은 속제(俗諦)인 것”이라 말한다. 그는 “우리는 불교를 파사현정(破邪顯正 :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가르침이라 한다”면서 “담정에게 논파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 논파도 바로 이 파사현정을 위한 것 같다”고 말한다. 신상환은 “중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파’라는 말보다는 먼저 ‘고통에서 벗어남’이라는 부처님의 뜻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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