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中道.. 실천불교와 교합불교의 치열한 논쟁
도법 "붓다의 가르침 따라 중도로 가면
복잡하지 않게 진실이 잘 드러나게 돼"
신상환 "이론 문제, 이론으로 해결해야
그렇지 않아서, 또다른 문제가 발생해"
둘 다 중도의 해석과 표현 다르지만
실천불교 중요성에 대해선 한목소리
천태종의 천태사상에서는 ‘쌍차쌍조(雙遮雙照)’가 중도와 맥을 같이한다. ‘양극단을 차단하고 양극단을 비춘다’는 뜻으로, 대립하는 양극단을 모두 아우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화엄종의 화엄사상에선 ‘이사무애(理事無碍)’가 그렇다. ‘이치와 일이 걸림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불교의 대표 선승인 고우(古愚) 스님은 “불교의 근본이 중도이고 선은 중도를 체험하고 실천하는 것”이라 했다. 이렇듯 중도를 지향하는 것은 종단의 벽을 넘어 불자가 지녀야 할 기본자세로 여겨진다.
한국 실천불교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는 실상사 도법스님과 중관학자인 담정 신상환은 2019년 봄부터 2020년 가을까지 10여 차례 만나 ‘중(中)’과 ‘중도’에 관한 대담을 나눴다. 실천불교와 교학불교를 대표하는 두 지성의 대담인 셈이다. 책 ‘스님, 제 생각은 다릅니다’는 이들의 대담 내용을 엮은 결과물이다. 두 사람은 중도에 관해 치열하게 논쟁하면서도, 실천불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낸다.
반면 신상환은 중도라는 그 이름마저도 방편교설로 가설적인 것, 희론(戱論 : 대상을 분별하여 언어로 표현)이라 부르는 중관학파의 태도로 일관한다. “스님께서 중도를 여실지견이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이론적인 문제는 이론적인 문제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과 중도는 다른 것이다. 중도는 딱 하나다. 팔정도(八正道 : 깨달음의 경지인 열반에 이르게 위해 수행해야 하는 여덟 가지 덕목)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것이 중도가 경전에 등장하는 유일무이한 장면이다.”
도법스님은 연기법의 핵심이 중도라고 보지만, 신상환은 연기실상의 체화와 언어의 한계를 강조한다.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면서도 실천불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한다. 다만 이 지점에서도 신상환은 실천불교를 위해 명확한 개념 정리를 비롯한 교학불교를 강조하지만, 도법스님은 그것이 현실 속에서 대중이 쉽고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도법스님은 “이제(二諦)로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 표월지지라고 본다”며 “달은 진제(眞諦), 손가락은 속제(俗諦)인 것”이라 말한다. 그는 “우리는 불교를 파사현정(破邪顯正 :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가르침이라 한다”면서 “담정에게 논파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 논파도 바로 이 파사현정을 위한 것 같다”고 말한다. 신상환은 “중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파’라는 말보다는 먼저 ‘고통에서 벗어남’이라는 부처님의 뜻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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