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최전방 경계도, 탈북민 관리도 뚫렸다
탈북민 생활고에 월북.. 더이상 방치 안돼
새해 첫 소식은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들려왔다. 민간인 1명이 비무장지대 남쪽 철책선을 넘어 북한으로 갔다. 군 관계자는 월북자가 우리 군의 감시장비에 포착됐으나 이를 적시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군의 허술한 전방 경계 태세가 다시금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철책을 넘을 당시 과학화 경계 시스템인 광망체계에서 경보음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초동 조치를 위해 출동한 부대가 철책 현장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철수했다고 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마음만 먹으면 내 집처럼 들락날락할 수 있는 철책선 경계 실패가 안보불감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병사들 처우 개선에 매몰되어 안보에 구멍이 생긴 것이 아닌지, 현대화된 장비를 믿고 감시를 소홀히 한 것 아닌지 걱정된다. 지난해 말 한국군의 전투역량에 대해 “솔직히 많이 뒤처져 있다”고 혹평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의 말을 상기하게 한다.
30대 초반인 월북자는 1년여 전 같은 부대 철책을 넘어 귀순한 인물과 동일인으로 파악됐다. 당시 그는 귀순 이후 ‘기계체조’ 경력이 있다고 진술했고, 높이 3m 철책을 비교적 수월하게 넘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는 한국에서 청소용역원으로 일하며 곤궁한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생활고가 월북의 원인인지, 대공 용의점이 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우나 우리 사회 내 탈북민 문제를 재조명하게 한다.
월북한 탈북민은 남한 거주 시 생활고와 향수병 등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7월 탈북민 정착기관인 하나원을 수료한 뒤 각종 사회 정착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우리 사회에 대한 불만과 재입북 의사를 주변에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월북 사건이 허술한 탈북민 관리의 결과일 수 있다. 통일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탈북민의 자살이나 사유 불명의 사망자 수도 2019년 18명에서 2020년 55명으로 최근 증가세를 보인다. 이로 인해 탈북민 관리와 관련해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입북한 탈북민 수가 늘어나면서 2017년 재입북한 탈북 여성 방송인의 발언이 언급되고 있다. 그녀는 북한 매체에 출연해 북한으로 돌아간 이유가 남한에서의 생활고 때문이라는 발언을 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접촉이 어려워진 가운데 외로움과 정착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우울증을 앓으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혼자 술로 풀다가 고독사하는 탈북민이 늘었다고 한다.
현 정부는 남북한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탈북민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북한 인권단체 지원도 삭감하는 등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탈북민을 받아들이고 북한에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남북한 관계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여기며, 지난 11월 채택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도 2008년부터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해 온 전례를 뒤집고 빠졌다.
더 이상 탈북민의 월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의 안보 문제이자 인권 문제이다. 철통같은 안보 태세와 친북한 정권이 아닌 친북한 주민의 대북정책만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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