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접종자, 확산 위험 크다고 못해".. 식당 방역패스도 곧 판결

양은경 기자 2022. 1. 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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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아워전복 입구에 미접종자에게 전복 한 마리를 증정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장련성 기자

4일 서울행정법원이 ‘방역 패스는 사실상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 조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는 당장 방역 패스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도 마찬가지다. 정부도 “해당 시설에 대한 방역 패스 적용이 본안 판결 시까지 중단된다”고 밝혔다.

방역 패스는 정부가 작년 11월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조치를 시작하며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목욕탕, 실내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백신 접종자 등에게만 출입을 허용했던 방역 정책이었다. 이후 작년 12월 6일 식당, 카페,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영화관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여기서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는 일단 성인에게만 적용하고 오는 3월 1일부터 청소년에게도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청소년들도 백신을 빨리 맞도록 이끄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 단체가 반발했다. 백신 부작용 등 우려가 있는데 일방적으로 청소년 건강권과 학습권 침해를 결정하는 게 부당하다면서 법원에 방역 패스 취소 소송과 가처분 성격의 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이를 받아들이면서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서만 중대한 불리한 처우를 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백신 접종자에 대한 돌파 감염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미접종자 집단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더구나 “청소년은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현저히 적은 것으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전파 가능성을 방지한다는 명분 아래 학원과 독서실 등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학원 등’에는 학원과 유사하게 운영되는 교육시설 및 직업훈련기관도 포함된다. 청소년들이 다니는 입시 학원 외에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자격시험 학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해 항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3월 1일부터 청소년 패스가 적용되기는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많다. 행정소송 본안 판결이 통상 수개월~1년 넘게까지 걸리기 때문이다. 이날 법원 판단으로 정부가 방역 패스 정책 설계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성인 인구의 6.2%에 불과한 미접종자가 12세 이상 확진자의 30%, 중환자·사망자의 53%를 점유하는 만큼, 현시점에는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 의료 체계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 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원에 대해서도 “한 주간 발생 통계를 비교해 전체 상황을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법원 인용 통계도 미접종자가 2차 접종 완료군 대비 감염될 위험이 2.3배 높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다소 반응이 엇갈렸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방문하는 학원·독서실 등에 방역 패스를 적용하는 건 사실상 소아·청소년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학습권 침해 소지가 컸을 뿐만 아니라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는 학교와 형평성 문제도 있었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과학적·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학생과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과정 대신 강제 접종으로 밀어붙여 국민들 반발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원 결정이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위험뿐 아니라 앞으로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보다 더 큰 유행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데 어린이·청소년을 보호할 방안이 꺾인다면 큰 부담을 안고 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도 “방역 패스는 감염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시설에서 감염자 유입 확률을 줄인다는 방역적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청소년 백신 접종 권고는 명백한 이득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뤄지는데 (법원 결정은) 필요성을 부정하는 취지로 읽힐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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