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트 확대하려는데 학원 '방역패스' 급제동.."정부 정책 어쩌나" 술렁

김명지 기자 2022. 1. 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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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법원 결정 1시간 30분 만에 '즉시항고 결정'
"미접종자, 12세 이상 확진자 30%"
이재갑"반발 있는 모든 방역정책 행정소송 가처분 신청 당할 것"
"법원이 이제 방역 정책 최종 심사권 갖게 돼"
법원이 학원 및 독서실 등 교육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린 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안내문을 제거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연합뉴스

법원이 4일 청소년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확대 정책에 제동을 걸자, 정부는 당혹한 표정이다. 이달 중 시행을 앞둔 백화점‧마트까지 방역패스 확대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법원 결정문에 조목조목 반박한 데 이어 당장 오는 5일 백브리핑에서 백신의 효과성에 대한 추가 설명을 예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법원이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에 대한 방역패스의 효력을 일시 중지하는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법무부와 협의해 항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행정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문이 공개된 지 1시간 30여분만이었다.

복지부는 “성인 인구의 6.2%에 불과한 미접종자들이 12세 이상 확진자의 30%, 중증환자 사망자의 53%를 점유하고 있다”며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국내 의료 체계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방역패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복지부 항고에도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현재 시행중인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는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적용할 수 없게 된다.

이날 법원은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근거로 들었다. 방역패스는 이런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분명한데, 미접종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은 기본권을 침해할 정도로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은 또 국내 12세 이상 연령을 기준으로 미접종자 중 감염자는 1000명 중 1.5명이고, 백신접종자 중 감염자는 1000명 중 0.7명인 정부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각 집단의 감염 비율 자체가 매우 낮고 그 차이가 현저히 크지 않다”며 “두 집단의 감염비율 차이만으로 백신미접종자 집단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원이 인용한 통계에 대해 복지부는 “(법원이) 지난해 12월 20일 통계를 인용했으나, 백분률 계산에 오류가 있다”고 했고 “한 주간의 발생 통계를 비교해서 전체 상황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통계는) 미접종자가 감염될 위험이 백신접종자에 비해 2.3배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백신 접종은) 감염 예방효과 외에도 전파 위험을 낮추는 것까지 고려돼야 한다”며 “영국 자료를 기준으로 백신접종자는 미접종군과 비교해 전파위험도를 35~65%낮춘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접종자가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더 많이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또 “백신 효과성에 대해서는 내일 백브리핑에서 추가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가 결정문이 인용한 통계를 반박했지만, 해당 통계는 복지부에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법원 결정에 반박에 나선 것은 이 판결이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방역패스 정책이 미접종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첫 케이스다. 여기에 정부가 백화점‧마트까지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려는 시점에 나온 결정이어서 관련 소송 및 정부 정책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분과 위원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방역 정책에 대한 가처분신청이 인용됐다는 것에 심히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인용 때문에 법원이 이제 방역 정책의 최종 심사 권한을 가지게 되겠다”며 “반발이 있는 모든 방역정책은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당할 테고 법원이 결정해 줘야 방역 정책이 시행되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이번 집행정지 신청 관련 심리가 열린 지난달 24일 오전 160p에 이르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단체의 법률대리인인 함인경 변호사(법무법인 강함)는 며 “(복지부의 반박은) 항고심에서 다루게 될 것”이라며 “행정소송에서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정지 신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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