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대신 나눔'..지구대 앞 돼지저금통 놓고 간 어린 형제
[KBS 대전] [앵커]
최근 공주의 한 경찰서 지구대에 초등학생 형제가 몰래 찾아와 돼지저금통과 손편지를 놓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손편지에는 게임기를 사기 위해 용돈을 아껴 한푼 두푼 알뜰히 모아온 100여만 원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한솔 기자입니다.
[리포트]
매서운 한파 속에 흰 눈이 수북이 내리던 지난 연말, 종이가방 손잡이를 사이좋게 한쪽씩 나눠 든 두 초등학생이 경찰서 지구대로 다가옵니다.
출입문을 여는가 싶더니 누구에게 들킬까 재빨리 발걸음을 옮깁니다.
경찰관들이 곧장 따라 나왔지만, 학생들은 자취를 감췄고, 가방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습니다.
[윤여선/공주경찰서 금학지구대 순경 : "무거운 짐을 둘이서 들고 오더라고요. 저는 문을 열어주려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물건을 그냥 밖에다 두고 가버리더라고요."]
종이가방 안에 있었던 건 돼지 저금통 세 개와 손편지 두 장.
'게임기를 사려고 모은 돈'이라며 경찰 아저씨가 대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 달라'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현금 100만 8천 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경찰은 저금통에 적힌 이름을 보고서야 인근 학교들에 수소문해 학생들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기부금은 12살 형과 10살 동생이 꼬박 2년 동안 모아온 돈이었습니다.
[초등학생 형제 아버지 : "어디로 갖다 주려고 하느냐 물어봤더니 소방서나 경찰서를 갖다 주고 싶은데 그래도 경찰 아저씨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알지 않겠느냐 해서 큰 애가…."]
경찰은 해당 기부금을 지구대에서 모아온 돈과 함께 충남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전달하고, 이들 형제의 선행을 표창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고 지쳐가는 요즘, 초등학생 형제의 고사리손 선행이 얼어붙은 우리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한솔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
한솔 기자 (s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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