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K리그 영입 발표..뻔한 옷피셜 대신 '# 뜻깊은 오피셜'
[경향신문]
오프시즌 전력보강 관심 쏠릴 때
랜드마크 홍보에 환경캠페인까지
이적 발표에 다양한 메시지 담아
‘이색 마케팅 시도’ 팬들도 반겨
오프시즌 스포츠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전력보강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요즘 K리그의 다수 구단들이 ‘이적 오피셜’에 다양한 메시지를 주려고 단순한 사진 한 장부터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른바 ‘오피셜 마케팅’이다.
울산 현대는 지난달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32)을 영입했다. 특이한 점은 발표와 함께 공개된 김영권의 오피셜 사진 배경이다. 김영권이 사진 촬영을 한 곳은 KVN(한국우주전파관측망) 전파 천문대 앞이었다. 천문대를 배경으로 한 것에 대해 울산은 “3번째 별을 가져올 선수”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스포츠에서 별은 곧 우승을 의미한다. 2005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후 16년 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울산이 별과 연관된 천문대를 이용해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울산은 지난해 이청용을 영입할 당시에도 울산의 랜드마크인 대왕암공원에 설치된 용 모양의 조형물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조현우와 정승현 때는 울산의 모기업인 울산현대중공업 공단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K리그2의 대전 하나시티즌도 이런 시도를 했다. 지난해 외국인 공격수 파투를 영입하면서 모기업인 하나은행의 충청영업본부를 배경으로 오피셜 사진을 찍었다. 지난해 여름 강원FC에서 임대 이적한 마사는 대전의 상징인 엑스포공원 내 한빛탑을 배경으로 촬영했는데, 이 사진이 대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자 많은 팬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사실 K리그에서 이런 ‘오피셜 마케팅’을 가장 먼저 시도한 팀은 제주 유나이티드다. 2019년 최규백을 임대영입하면서 서귀포의 명물 새연교와 제주를 상징하는 흑돼지를 홍보하기 위해 제주 후원의 집인 한 흑돼지 음식점 앞에서 오피셜 사진을 촬영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안현범, 임상협, 오사구오나 등의 선수가 제주를 상징하는 의미가 담긴 곳에서 오피셜 사진을 찍어 화제를 모았다.
2022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하고 있는 제주는 이번에는 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단순히 제주의 랜드마크에서 촬영하는 것을 떠나, 여기에 ‘환경보호’라는 또 하나의 의미를 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제주는 이번 오프시즌에 영입한 선수들이 제주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쓰레기를 줍는 사진을 찍고 있다. 이른바 ‘플로깅 오피셜’이다.
플로깅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뜻하는 말로, 스웨덴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해 7월 한국 스포츠단체로는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한 뒤 경기장 내 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골자로 한 ‘K리그 그린킥오프 캠페인’을 펼치면서 각 구단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는데, 제주는 선수 영입 오피셜과 이를 결합하면서 신선함을 주고 있다. 제주 관계자는 “우리가 2019년 최규백을 영입하면서 처음으로 시도했다가 K리그2로 강등되면서 살짝 주춤했다. 그러다 승격에 성공하면서 재개했는데, 이번에는 한 단계 더 진화해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아예 선수가 직접 참여해 제주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의 경우처럼 이제는 오피셜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됐다. 제주에 앞서 강원은 지난해 여름 강원경찰청과 힘을 합쳐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영입한 뒤 오피셜 사진에 장기 실종 아동의 사진과 정보를 함께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AS로마(이탈리아)가 시도한 이 전략을 도입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오피셜 마케팅으로 팬들의 눈은 오프시즌에도 즐겁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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