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옥상에 '천연 에어컨' 놨다

김보미 기자 2022. 1. 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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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시, 10년 전 동관 이어 서관에도 ‘녹색지붕’
건물 냉방비 절감·도심 홍수 예방 효과

녹지로 바뀐 대법원 서관 옥상 남측 전경. 이 정원에는 멸종위기종인 독미나리와 조름나물 등이 서식하는 수경시설과 다양한 나무들이 단차를 두고 자랄 수 있는 ‘선큰가든’ 등 생태 복원 공간과 휴게 공간이 조성됐다. 서울시 제공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서관 옥상 2200㎡ 규모의 공간이 나무와 식물이 자라는 정원이 됐다. 2011년 같은 크기의 동관 건물 옥상을 녹화한 데 이어 10년 만에 대법원의 ‘녹색지붕’을 완성했다고 서울시가 4일 밝혔다.

1995년 준공된 대법원 청사의 현재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건축물 구조 안전진단을 거쳐 옥상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측정한 뒤 소나무와 블루엔젤, 구절초 등 다양한 교목과 관목을 심었다. 옥상의 콘크리트 바닥에는 방수, 방근 기능이 있는 시트재를 부착하고 식물 뿌리가 건물을 손상시키지 못하게 하는 공법을 시공했으며 식생매트와 벽면녹화도 함께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기후위기로 매년 도심은 폭염과 열섬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평균온도가 상승할수록 도시의 에너지 소비도 급증하는데 특히 건축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비중은 상당하다. 콘크리트와 시멘트가 대부분인 도심의 건물 표면이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옥상과 벽면에 녹지를 만들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서울시가 옥상을 녹화하는 사업을 처음 추진한 것은 2002년이다. 서울의 전체 면적 605㎢ 가운데 60%에 달하는 364㎢가 도시화됐는데, 이 중 절반가량(46%)인 166㎢가 옥상 부분이다. 모든 옥상을 공원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지만 55㎢ 정도는 녹지로 활용할 잠재력이 있다고 시는 판단했다. 2020년 12월까지 총 785개 공공 및 민간 건축물의 옥상을 녹지로 바꿨고, 지난해는 대법원을 비롯해 동주민센터와 소방서 등 공공 건축물 16곳에 옥상 정원이 조성됐다.

옥상을 녹지로 만든 건물의 경우 건물 평균온도가 3.1도 정도 낮아져 도심 열섬 현상이 완화됐고, 건축물의 냉난방비도 평균 12~15% 정도 절감됐다는 것이 서울시의 분석이다. 외부 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폭염에는 에너지 소비가 기존 대비 17%까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옥상에 100㎡의 면적에 깊이 10㎝로 녹지를 만들면 빗물 200ℓ 정도를 저장할 수 있어 도심 홍수 예방 역할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식물의 새로운 서식처가 되기도 해 2015~2019년 조성된 옥상녹화지 79곳 중 14%는 곤충이나 조류가 이전보다 5종 이상 증가했다는 모니터링 결과도 나왔다.

박미애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도심의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대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며 “옥상정원은 별도의 토지 보상비를 들이지 않고도 녹지공간을 조성할 수 있는 효과적 녹화 방법인 만큼 서울 시내 많은 건물에서 시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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