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애플의 가치
[경향신문]
애플 주가가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장중 182.88달러를 기록해 전 세계 기업 중 사상 처음 시가총액 3조달러(약 3575조원)를 넘어섰다. 종가가 182.01달러로 시총이 3조달러에 못 미쳤지만 곧 3조달러대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3조달러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 삼성전자 시총의 8배에 가까운 규모다.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파는 회사는 삼성전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통계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는 43개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0%로 2위 애플을 6%포인트 앞섰다. 2019년 이후 글로벌 1위는 줄곧 삼성전자였다.
그러면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애플보다 현저히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두 회사를 같은 제조업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반도체와 가전 등도 생산한다. 이익이 발생하면 설비에 투자하는 유형자산 기반의 전통적 제조업체인 것이다. 반면 애플은 디자인과 설계에 중점을 두고 제조는 아웃소싱한다. 지식기반 플랫폼 기업에 가깝다는 말이다. 원가를 줄이기 쉬운 애플은 완제품을 비싼 값에 팔아 영업이익률이 30%에 이른다. 삼성전자도 19%로 이익률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투자비용이 많아 애플에 비해 낮은 것이다. 투입한 자본으로 얼마만큼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면 확연하다. 삼성전자가 14%인 반면 애플은 147%로 국내 대표적 플랫폼 기업 네이버(106%)와 비슷하다.
적은 자본으로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이 매력적인 투자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후방 연관 효과나 지역사회 공헌 등을 감안하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지적에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며 상승 여력이 크다고 말한다. 지난해 1월 장중 9만6800원을 찍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4일 7만9000원에 머물고 있다. 증권사 9곳이 지난달 내놓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보면 최고 12만원을 비롯해 7곳이 10만원 이상을 제시했다. ‘10만 전자’를 향한 꿈이 다시 피어나고 있다.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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