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92% 횡령이 개인 일탈? 오스템 내부공모 의혹 지속 이유

2022. 1. 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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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는 아시아 1위, 세계 4위 기업에서 한 개인의 일탈로 사상 초유의 횡령이 발생한 것을 두고 이견이 분분하다.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이 같은 규모의 횡령이 개인의 서류조작만으로 이뤄졌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다른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 역시 "상장사는 횡령이 발생하면 바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고,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다"며 "직원들이 공모까지 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낮은 일"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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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팀장이 3개월간 1880억원 횡령
횡령 규모, 단기간 범행, 세간 이목끄는 주식투자 등 의문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는 아시아 1위, 세계 4위 기업에서 한 개인의 일탈로 사상 초유의 횡령이 발생한 것을 두고 이견이 분분하다. 규모나 수법이 개인 소행 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관행을 감안하면 한 개인의 소행으로도 이 같은 횡령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규모·수법 대담…크로스체크 안 된 것도 이해 안돼=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관리팀장 이모씨가 횡령한 자금은 1880억원.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기자본인 2047억6057만원의 91.81%에 해당한다. 횡령 규모로는 국내 상장사를 통틀어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씨의 횡령은 지난해 10월부터. 회사가 사실을 확인한 직후 이 씨를 고소한게 지난해 말이니 3개월간 횡령이 이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이 같은 규모의 횡령이 개인의 서류조작만으로 이뤄졌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코스닥 상장기업 A사 관계자는 “1880억원은 3개월이란 단기간에 쉽게 손댈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고 조심스레 지적했다. 지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연간 현금성자산은 1230억원. 이 씨의 횡령액은 연간 유동자금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다른 코스닥 상장기업 B사 관계자 역시 “자금팀은 매일 자금일보를 작성하는데, 3개월간 이 씨 외에 아무도 자금 상태를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막대한 횡령 규모 뿐 아니라 횡령 자금을 ‘굴린’ 방식도 이해하기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1일 횡령 자금으로 동진쎄미켐의 지분 7.62%(1430억원 어치)를 단번에 사들였다. 그러나 7%가 넘는 지분을 단숨에 매입한다는 것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일이다. 상장사 지분 5% 이상 소유한 대주주는 공시도 하게 규정됐다. 실제로 이 씨가 지분을 매입한 이후 증권가에서는 ‘파주 슈퍼개미’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범행이 드러나지 않게 극도로 조심하는 상황과는 전혀 반대로 행동한다는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기업 특성상 내부 공모 불가능” 반론도=반면 상장기업의 특성상 내부 공모 등 조직적인 범죄로 보기는 더욱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중견기업에서 재무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자금담당 임원이 자금일보나 통장내역을 매일 확인하고 회사의 공동인증서나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갖고 있어야 하지만, 관행상 메뉴얼을 일일이 지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메뉴얼에 따르면 자금담당 임원이 자금 상황을 확인하고 금융거래에 필요한 OTP 등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번거롭다보니 재무팀장인 이씨가 이를 다 보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다른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 역시 “상장사는 횡령이 발생하면 바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고,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다”며 “직원들이 공모까지 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낮은 일”이라 전했다. 그는 “아무리 재무팀장이 서류를 위조하며 눈속임을 했다 해도, 사내에는 IR 담당자도 있고 ‘눈’이 많아 조직적으로 무언가를 꾸미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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