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학원 방역패스 효력정지 동의 어려워..항고여부 곧 결정"

이재호 2022. 1. 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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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미접종자 보호 등 이유로 확대 필요"
방역패스 자체를 문제로 해석할까 우려
"법원이 방역정책 최종 심사권한" 비판
청소년 백신 접종률에도 영향 미칠듯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60여 개 단체가 12월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 앞에서 청소년 방역 패스 철회 등을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4일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 교육시설의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에 제동을 걸면서 정부 방역 정책에 차질이 빚어졌다. 보건당국은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항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행정법원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 3종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과 관련해 본안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인용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3종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본안 판결시까지 중단된다”며 “복지부는 본안 소송을 신속히 진행하고,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하고 항고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성인 인구의 6.2%에 불과한 미접종자들이 12살 이상 확진자의 30%, 중증환자·사망자의 53%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백신)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방역 관련 전문가들은 백신접종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교육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식당이나 카페는 미접종자여도 혼자일 경우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시설 이용 필요성이 더 크고 대안이 없는 독서실과 학원은 미접종자가 무조건 이용할 수 없게 한 근거가 설명되지 않았다”며 “방역패스를 적용한다고 할때 객관적으로 해당 시설에서 감염률이 얼마나되는지, 집단감염의 위험은 얼마나 되는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의 판단으로 시민들이 방역패스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사실이 알려지자 자영업자들은 다른 업종까지 방역패스 적용이 취소되어야 한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대한민국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며 “식당·카페·마트·백화점 모두 생존을 위한 장소다. 방역패스 적용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업종 특성과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긴급하고 단순하게 행정명령을 내린 게 문제였다. 마스크를 벗지 않을 수있는 시설에서는 방역패스를 안 하는 게 맞다”면서 “법원 결정으로 다른 업종들의 움직임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방역·의료 분과 위원으로 방역패스 도입 논의에 참여했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으로)반발이 있는 모든 방역정책이 행정소송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당할거고 법원이 결정해줘야 방역정책이 시행되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방역정책에 대한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것에 우려를 표한다. 법원이 방역정책의 최종 심사권한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높아지던 청소년 백신접종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일 0시 만 13~18살 소아·청소년의 1차 접종률은 75.6%로, 접종완료율도 52.1%에 불과한 상황이다. 정부는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을 예고했던 오는 3월까지 백신접종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왔으나, 법원의 결정으로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이 쟁점이 됐던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청소년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못하면 정부의 정책 도입 취지가 무색해 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소년 방역패스에 반발하던 학부모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처분이지만 일단 제동이 걸렸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며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법원의 판단이 본안 소송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교수와 함께 방역·의료 분과위원인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예방의학)는 <한겨레>에 “전체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백신 접종의 이득이 크지 않다’거나 판사의 의학적인 판단은 일부 사실과 다르다”며 “아직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시점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재판부를 설득하고 사회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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