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같았던 '최태원 스피치'.. "국민은 기업에 B학점 줬다"

김형준 2022. 1. 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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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밉지만 '든든한 남편'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좋을 때와 무서울 때가 확연히 다른 '지킬앤 하이드'로 각각 비유한다고 했다.

기업인의 시각이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 비춰진 오늘날 기업이나 기업인의 자화상을 소개한 그의 평가에선 냉정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는 "기업들과 얘기를 나눠 보니 국민 의견에 대해 기업이 공감과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부분도 있는 반면,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조금 억울하다 생각하는 시각차(gap)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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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주최 경제계 신년인사회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가운데 최태원 대한상의회장이 시대변화에 따른 기업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누군가는 밉지만 '든든한 남편'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좋을 때와 무서울 때가 확연히 다른 '지킬앤 하이드'로 각각 비유한다고 했다. 기업인의 시각이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 비춰진 오늘날 기업이나 기업인의 자화상을 소개한 그의 평가에선 냉정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4일 '2022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테드(TED·미국 비영리재단 강연회)를 연상케 한 모습으로 등장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진단은 그랬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최 회장은 대형 스크린에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 그림(캐리커처)과 프로필 사진을 차례로 띄우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최 회장을 포함해 정·관계, 재계, 노동계, 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주요인사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에 반성의 필요성과 새로운 목표를 공유했다. 이날 강연에 앞서 “기업은 무엇을 개선하고 앞으로 우린 어떻게 변해야 할지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TED 형식 강연을)준비했다”고 밝힌 그가 펼친 10여 분의 강연은 간결한 메시지와 그래픽 등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올해로 취임 2년 차를 맞이한 최 회장은 ‘우리가 바라는 기업’이란 주제로 펼친 강연 초반 국민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절반 이상(54%)은 기업에 ‘B학점’을 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기업을 향한 다양한 시선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며 “아직은 우리(기업인들) 갈 길이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기업들과 얘기를 나눠 보니 국민 의견에 대해 기업이 공감과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부분도 있는 반면,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조금 억울하다 생각하는 시각차(gap)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빅데이터 결과물을 펼쳐 보이면서 “국민들은 기업에 대해 갑질, 안전사고, 환경오염, 무책임 등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린다”며 “사회적 가치는 시대적 흐름으로, 기업들이 ‘새로운 역할’을 찾아 사회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강연 말미에서 “이제 우리 기업들은 ‘돈만 버는’ 기업이 아닌 ‘돈도 버는’ 기업으로 바뀌어 가는 길”이라며 “정부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 주길 바란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 등 격변의 시대에 기업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기회를 만들어 내는 일이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최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은 분야별 권위자들이 경제계를 향해 던진 ‘올해의 키워드 메시지’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홍윤철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꼽으며 “팬데믹은 비대면 중심의 수평적 관계로 가는 전환점”이라고 밝혔고,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메타(Meta)’를 꼽으며 “기업이 혁신하는 공간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청년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을 막자는 의미로 ‘지방인구의 소멸’, 임홍택 작가는 공정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세대에 집중하자며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시대’를 언급했다. 최명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기업 내부의 힘을 길러야 한다며 ‘회복 탄력성’이란 키워드를 제시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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