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논리 모두 반박한 법원..방역당국 "미접종자 보호 위해 필요"

허남설 기자 2022. 1. 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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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스터디카페 운영자가 ‘방역패스 적용 중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방역패스(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음성확인제) 확대 방침이 4일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방역패스를 앞세워 청소년 등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려던 정부 구상이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법원이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헌법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효력을 정지하면서, 방역패스와 관련해 진행중인 다른 소송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법원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본안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하는 인용 결정을 내린 후 약 1시간 반 뒤 낸 입장문에서 “이 3종의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본안 판결시까지 중단된다”고 밝혔다.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는 3월부터 시행 예정이지만, 법원 결정에 따라 당장 성인 미접종자들은 이날부터 방역패스 없이 학원과 독서실·스터디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다만 “성인 인구의 6.2%에 불과한 미접종자들이 12세 이상 확진자의 30%, 중증환자 사망자의 53%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시기에는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본안 소송을 신속히 진행하고,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대해서도 법무부와 협의해 즉시항고 여부를 조속히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헌법이 국민의 교육·직업 선택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점 등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미접종자 중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해 진학·취직·자격시험 등에 대비하려는 사람은 학습권이 제한돼 사실상 교육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한다”면서 “백신 접종자의 이른바 돌파 감염도 상당수 벌어지는 점 등에 비춰보면 시설 이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단은 미접종자의 신체 자기결정권 등 일반적 권리가 경시돼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어서, 방역패스 전체의 효력을 따지는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현재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지난달 31일 방역패스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이 소송의 경우 교육시설뿐 아니라 모든 시설의 방역패스 효력을 다루고 있어, 효력정지가 결정된다면 마트나 백화점, 식당 등 사실상 일상생활 전반을 방역패스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위중증·사망자 중 미접종자 비율이 높으므로 방역패스가 불가피하다는 정부 논리도 타격을 입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8주간 만 12세 이상 확진자의 29.8%, 위중증 환자의 53.1%, 사망자의 53.2%가 미접종자”라며 방역패스와 3차 접종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코로나19 감염이 일부 건강한 사람도 위중증에 이르게 하지만, 고위험군·기저질환자 등이 상대적으로 위중증률·치명률이 높게 나타난다”며 “청소년의 경우 중증·사망에 이를 확률이 현저히 낮다”고 했다.

이번 결정으로 방역패스 도입을 통해 청소년 백신 접종률을 높여 학생 감염을 줄이겠다는 정부 구상도 차질이 예상된다. 청소년 방역패스는 당초 2월 도입 예정이었으나 백신 접종 강요, 학습권 침해라는 반발에 도입시기를 3월로 한 달 늦춘 상태였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던 함께하는사교육연합 이상무 대표는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방역패스는 너무나 비합리적인 제도”라며 “행정부의 권한남용에 제동을 건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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