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KBS 콘서트'의 국민통합 역할

2022. 1. 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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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한자리수 시청률이 일반화된 요즘 분위기에 이례적으로 두자리수 시청률을 연이어 올리는 음악프로그램 시리즈가 있다. 바로 KBS에서 진행되는 특정 가수의 단독 콘서트다. 2020년 9월 30일엔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2021년 9월 19일엔 '2021 한가위 대기획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이 방영됐다. 그리고 12월 26일엔 송년특집으로 'We're HERO 임영웅'('위 아 히어로 임영웅')이 시청자를 만났다.

나훈아쇼는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다. 2020년 추석연휴 첫날이면서 추석 하루 전날 밤 8시 30분에 방영됐다. 보통 추석 전날 밤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음식을 만들거나 거실에 둘러앉아 환담을 나눈다. 그럴 때 TV 채널은 온 가족이 다 함께 보기에 불편함이 없는, 그러면서 중장년층 친화적인 프로그램에 고정하기 마련이다. 바로 그래서 나훈아쇼는 29%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쇼프로그램에 이런 시청률이 나타났다는 건 거의 국민 신드롬 수준이란 얘기다. 당시 나훈아 바람이 거세게 불었는데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층 사이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요즘 쇼프그램 시청층이 세대별로 확연히 갈리는 경향이 있는데 KBS 나훈아 단독쇼는 중장년층이 물론 많이 봤겠지만, 젊은층 사이에서도 화제를 만들어내면서 보기 드문 국민통합 쇼프로그램이 됐다.

2000년대 루머 사건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나훈아의 근황은 국민적 관심사였다. 그런 가수가 15년 만에 TV에 나온다고 하니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중장년층은 나훈아의 건재함을 확인하고 싶어 했고, 젊은층은 말로만 듣던 나훈아라는 가수의 실체를 보고 싶어 했다. 바로 그런 국민적 요구에 KBS 단독쇼가 부응한 것이다. 당시 답답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고 푸념하는 '테스형!'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이 나라는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지켰다"라는 나훈아의 말도 큰 반향을 낳았다. "이왕 세월 가는 거 끌려가면 안 된다.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 끌고 가야 한다" 이런 말들은 국민에게 활력소를 전해줬다. 가히 국민 쇼프로그램의 위상이 됐다.

2021년 추석 특집으로 진행된 심수봉 단독쇼도 나훈아쇼 정도까진 아니지만, 11.8% 시청률을 달성했다. 이 역시 요즘 저조한 시청률 분위기에선 놀라운 수치였는데, 연말에 방영된 임영웅 단독쇼는 더욱 놀라운 16.1%를 달성했다. 임영웅쇼는 명절연휴가 아닌 12월 26일 일요일에 방영됐다. 온 가족이 TV 앞에 모이는 날도 아니고, 다음날 일과 준비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방영시간도 8시 30분보다 늦은 9시 15분이어서 일찍 잠드는 경우가 많은 고연령층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간대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6.1%라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지난 연말특집 음악프로그램들 중에서 2021 SBS 가요대전은 1부 2.5%, 2부 1.7%였다. 2021 KBS 가요대축제는 2.4%였다. MBC 가요대제전은 12월 31일에 했기 때문에 제야의 종 카운트다운 순간에 7.4%라는 높은 수치가 나왔다. 각 방송사들의 제야의 종 장면 중에서도 MBC 가요대제전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임영웅 출연의 영향일 수 있다. 그밖에 SBS 싸이 콘서트는 3.7%, 그 시간대에 1위를 차지하며 유재석 대상 수상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MBC 방송연예대상은 1부 6.4%, 2부 7.2%였다.

이렇게 보면 임영웅 단독쇼 16.1%가 얼마나 이례적인 수치인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제야의 종 카운트다운이라는 특수한 조건의 MBC 가요대제전을 제외하면, 지상파 연말 결산 가요 프로그램과 임영웅쇼 시청률이 6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기본적으로 중장년층이 주로 봤겠지만 젊은층도 가세했기 때문에 이런 수치가 가능해졌다. 바로 그래서 국민적 호응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요즘 음악 쇼프로그램 시청층이 세대별로 확연히 갈리는 경향이 있다. 예로부터 예(禮)는 구분하는 질서이고 악(樂)은 화합의 계기라고 했다. 예악이 씨줄날줄로 사회의 근간이 되는 것인데, 우리네 음악은 도리어 세대별 구분을 만들어내면서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이럴 때 KBS 단독 콘서트 시리즈가 연이어 국민통합의 계기가 되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자리매김해왔는데 과연 올해는 어떤 단독쇼가 준비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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