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이 말도 안 듣겠지? 자기 이념이 있으니"

우인호 2022. 1. 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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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다.

일반적인 얘기를 나 자신만의 '특별한' 얘기로 수렴해서 듣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당연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A제품을 사야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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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신년이다. 신년 운세니 토정비결이니 재미삼아 본다. 틀린 얘기가 별로 없는 듯하다. 여름엔 물가를 조심하고 겨울엔 빙판을 조심하라는 얘기다. 당연하다. 상사는 질책하고 부하는 치받는다고 한다. 당연하다. 당하고도 속앓이만 하고 제대로 풀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다고 한다.

정말 내 얘기 같다. 회사를 이직해도 되는지 물어본다. 묻는 사람의 표정을 보면 "옮겨야 한다"고 얘기하는 게 나을 지, "그대로 있으라"고 하는 게 나을 지 80~90%는 보인다. 옮기고 싶은데, 확신을 갖고 싶어 온 것이다. "옮기라"는 말을 듣는다. 속으로 '족집게'라고 칭송한다.

이를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고 한다. 일반적인 얘기를 나 자신만의 '특별한' 얘기로 수렴해서 듣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마케팅 심리학에 종종 등장하는 용어다.

19세기 미국 전역을 돌며 공연하던 서커스단의 단장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hineas Taylor Barnum)이 구경꾼들에게 이런 당연한 얘기를 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바람잡이 같은 역할을 하던 바넘의 얘기에 모두들 흠뻑 빠져들어 그의 인기는 미국 전역에서 상종가였다고 한다.

바넘 효과에 일찍이 관심을 둔 곳이 광고업계다.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소중하니까'이라는 컨셉을 기초로 한 광고는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A라는 제품을 사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나(소비자)는 소중하니까'이다. 자신을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A제품을 사야한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몇 일까. 당연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A제품을 사야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제품의 실제 효과는 뒷전이다.

대중을 사로잡아야 하는 또 다른 영역인 정치도 '바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곳이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한다. 그러는 사이 진실은 쳐다보지 못하게 한다.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탄소중립' 등을 뜯어보면 오류 투성이에 불가능한 정책을 사람들이 듣기 편하게 좋은 소리로 포장해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그러는 사이 속은 곪고 썩고 있지만, 정확한 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

정치판의 가장 큰 장날인 대선에선 이 같은 모습이 극대화된다. 여기에 상대편을 향한 마타도어까지 극심해지면서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단군 이래 최대 게이트라는 '대장동 의혹' 수사는 온데간데 없고 '아내 이력 부풀리기'니 '아들 도박·성매매'니 하며 진흙탕 싸움이다. 여기에 정권교체를 추진한다는 제1 야당의 당 대표는 '성상납 폭로'에 이어 '세작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고 선대위는 개판보다 못하다.

이놈 저놈 다 싫어진다. 이럴 땐 난장판이 된 주변을 둘러보는 대신 시선을 돌려 위를 쳐다보자. Look Up! 멀리 떨어져 있어 희미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전 인류를 파괴하고도 남을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모습을 서서히 볼 수 있다.

하지만 혜성에 묻힌 천문학적 가치의 광물 자원에 탐이 난 집권세력은 진실을 말하고 있는 사람들을 희화화하면서 위를 쳐다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Don't Look Up!

지난 주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기록한 '돈 룩 업'(Don't Look Up)을 한국 정치, 대선판을 연상하면서 시청했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거대한 중범죄자가 대한민국의 대권을 잡으려고 달려오는 모습으로 치환하면 아귀가 맞는다.

혜성 접근을 발견한 주인공은 막판에 이렇게 한탄한다. "미안한데 모든 대화를 재치있고 매력적이고 호감있게 할 순 없는 거예요. 어떨 땐 할 말을 제대로 전해야 하고 듣기도 해야 해요. 거대한 혜성이 지구에 오는 이유는 내가 봤기 때문이에요.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해요. 혜성이 오는 게 좋은 건 아니잖아요. 이 정도 최소한의 합의도 못하고 앉았으면 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 서로 대화가 되기는 해요? 어디가 망가진 거예요? 어떻게 고치죠?"

그리곤 다시 덧붙인다. "누군가는 이 말도 듣지 않겠죠. 자신들의 정치 이념이 있으니까"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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