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달러 황금사과.. 진격의 애플 시총, 영국 GDP 추월

박건형 기자 2022. 1. 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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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박상훈

미국 애플이 3일(현지 시각)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달러(약 3585조원)를 돌파하며 글로벌 증시 역사를 다시 썼다.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인 영국의 2020년 국내총생산(2조7077억달러)을 훌쩍 뛰어넘고 한국 국내총생산(1조6382억달러)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1976년 고(故)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캘리포니아의 차고에서 창업한 지 46년 만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 확산으로 애플 제품 판매량은 연일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애플의 아이폰 매출은 전년보다 40%나 늘었다”고 했다. 애플이 올해 출시할 AR·VR(증강·가상현실) 기기와 비밀리에 개발 중인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 시가총액 3.3% 독식

3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장중 한때 182.88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 3조달러를 넘어섰다가 182.0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애플의 시가총액은 월마트, 디즈니, 넷플릭스, 엑손모빌, 코카콜라, 컴캐스트, 모건 스탠리, 맥도널드, AT&T, 골드만삭스, 보잉, IBM, 포드 등 각 업종의 대표 기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면서 “S&P 500 지수에 포함된 미국 500대 기업 전체 가치의 7%, 전 세계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3.3%를 차지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거대한 현금 인출기’로 불리는 아이폰의 등장이 결정적이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공개했을 때 애플 시가총액은 734억달러에 불과했다. 애플은 매년 고성능 카메라와 얼굴 인식 기능, 인공지능(AI) 비서 시리 같은 기능을 아이폰에 추가하며 전 세계에서 충성 고객을 끌어모았다.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제품 라인업 다각화에 집중한 반면, 애플은 고가 제품 위주의 전략을 고수했고 신제품에 대한 철저한 비밀주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특히 애플은 콘텐츠와 서비스, 헬스케어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수익원도 다각화하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갈수록 빠르게 오르고 있다. 애플은 창업 이후 2018년 8월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하기까지 42년이 걸렸지만, 2조달러까지는 2년, 3조달러까지는 16개월 15일 걸렸다.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애플의 주가 관리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900억달러(약 227조원)의 현금을 보유한 애플이 지난 10년간 애플이 자사주 매입에 쓴 돈만 4880억달러(약 583조원)에 이른다”고 했다. 애플 투자자들에게 애플 주식이 안전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다만 애플의 주가 성장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례없는 주가 폭등이 앞으로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월가에서는 애플의 매출이 향후 3년간 연평균 5%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주요 기술 대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속도”라고 했다. 전 세계 정부가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정책에 대한 규제에 속속 나서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로 평가된다.

◇애플 진격 속에 사라진 경쟁자들

끊임없는 혁신과 신제품으로 애플의 몸값이 치솟는 동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경쟁자들은 하나둘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원조 격인 캐나다 블랙베리는 “4일부터 블랙베리 운영체제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블랙베리는 2009~2010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0~40%를 점유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뛰어난 보안 기능과 편리한 이메일 서비스 등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즐겨 사용했지만 다른 프로그램과 호환되지 않는 폐쇄적인 시스템과 터치스크린이 없는 화면을 고집하면서 시장에서 순식간에 도태됐다.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블랙베리는 비즈니스에 모바일 세계를 열었지만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면서 “한번 뒤처진 다음에는 무엇을 시도하든 효과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 이전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의 최강자였던 핀란드 노키아 역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기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2014년 휴대전화 사업을 매각했고, LG전자도 지난해 26년 만에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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