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윤석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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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새해 벽두 환골탈태를 시도하는 모양이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선대위를 다시 꾸린다고 한다.
이준석 대표는 자신이 주관한 경선 결과 윤석열 후보를 뽑아 놓고도 후보 딴지걸기에 앞장서고 있다.
높은 지지율은 '반문 정서'의 결집일 뿐 '대통령 윤석열' 대망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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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말을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으로 진화시켰다. "성공의 이유를 한 가지 요소에서 찾으려 하지만 실제 어떤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 원인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제각기 다른 불행한 이유가 있었고, 수많은 실패 원인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국민의힘의 실패 원인은 아는 대로다. 총구를 아군에게 돌리고 자기 우물물에 침을 뱉는 당대표를 두고 당이 온전하기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준석 대표는 자신이 주관한 경선 결과 윤석열 후보를 뽑아 놓고도 후보 딴지걸기에 앞장서고 있다. 본업이 당대표인지 정치평론가인지 헷갈릴 정도로 당 밖에서 제3자적 입장의 인터뷰에 여념이 없다. 비난의 화살을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이재명 후보 대신 윤 후보와 당내 인사들에게 쏘고 있다. 그런 야당 대표를 여당 인사들이 기를 쓰고 옹호하는 모습은 참으로 기이하다. 정권교체의 훼방꾼, 민주당 도우미라는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최근 보도되는 이 대표 관련 추문을 보면 숨은 이유가 있어 보이지만 결국 손해는 당과 후보에게 귀결되고 만다.
윤 후보 본인도 물론 제각기 불행한 이유 중 하나이다. 나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사퇴를 저울질할 때 방송에서 만류한 바 있다. 높은 지지율은 '반문 정서'의 결집일 뿐 '대통령 윤석열' 대망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학이 속성으로 습득할 수 있는 과목은 아니다. 하지만 화난 표정과 거친 말투로 정권 심판만 강조해서는 대통령감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김건희씨 논란은 "시시비비를 밝힌 다음에"라는 법률가의 언어 대신 즉각, 무조건적인 사과로 정치적 대처가 필요한 사안이었다. 주변에 포진한 법률가들 때문인가 싶다.
토론 문제도 그렇다. 대장동 검증을 포함하자는 역제안을 통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토론 회피'라는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대장동 토론도 좋다는 이 후보의 전격 제안을 받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처한 상황이다. 화제가 된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출연도 마찬가지다. 경제 문제에 해박한 윤 후보를 기대한 국민은 아무도 없다. 경제 분야는 가장 나중에 다뤄야 할 분야였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싸울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승리 공식을 무시한 결정이다. 출연을 결정했으면 전문가들과 밤샘 과외라도 했어야 한다. 윤희숙 의원 등 즐비한 경제통들은 다 장식이란 말인가.
숱한 실패 원인에 눈을 감고 선대위 해체와 재구축을 아무리 반복한다 해도 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 선거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결국 후보에게 있다. 윤 후보 스스로가 실패의 원인을 찾아 과감하게 교정하지 않는 이상 보수 자멸의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억지로라도 희망의 씨앗을 심을 마지막 기회라고 평가하고 싶다. 3월 9일 봄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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