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AI로봇..CES서 만난 미래
디지털 신대륙..대항해 시대로
◆ CES 2022 ◆
전시장 곳곳에선 올해 주제인 '일상을 넘어서(Beyond the everyday)'라는 문구를 담은 홍보물이 눈에 띄었다.
CES 현장을 둘러보면서 지금이 바로 '디지털 대항해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영국·네덜란드·스페인 사람들이 대형 선박을 타고 신대륙에 도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거나 식민지로 삼았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기업과 국가가 온·오프라인을 오가는 디지털 항해에 나섰다. 항해를 마치고 도달하는 곳은 디지털 신대륙이다. 이 신대륙은 승자가 독식(a winner takes it all)하는 구조다.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어느 업종이든 상위 3등까지도 생존이 가능했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2위 기업도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쉽고 존속 자체를 위협받는다. 아날로그 비즈니스(구대륙)는 갈수록 협소해지고 디지털 비즈니스(신대륙)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런 신대륙을 선점하려면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마인드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
메타버스 등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해 이미 신대륙에서 영토 확장에 나선 기업도 늘고 있다. CES는 미지의 디지털 신대륙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이벤트다. 한국의 많은 기업은 팬데믹 이후 어떤 기술과 제품이 나올까(What's Next)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정답을 알려주거나 방향을 정해줄 수 없다. 답을 찾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절박감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도 410곳이 넘는 한국 기업이 CES에 부스를 차린 배경일 것이다.
디지털 항해 시대에는 스피드가 생명이자 경쟁력이다. 보통 백신이 개발되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19와 전쟁이 시작된 지 10개월 만에 백신이 나왔다. 팬데믹은 CES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CES 전시회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진단기기와 의료장비 등을 만드는 '애벗'의 로버트 포드 회장이 기조강연을 맡는다. 애벗은 팔에 차는 기기에 초소형 센서를 넣어 스마트폰과 연계해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빌리티 분야에선 자동차와 비행기, 우주비행체 등 모든 운송수단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는 상품 배송에도 활용될 바퀴를 단 직육면체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모베드)을 공개한다. AI 분야의 기술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LG전자는 AI 기술과 5세대(5G) 통신 기술을 접목해 실내외 통합 배송 로봇을 선보인다. 농기계 업체인 존디어는 로봇이 잡초에만 제초제를 뿌리는 신기술을 공개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참여가 줄었지만 CES 참여 열기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전 세계 많은 기업은 이곳에서 디지털 항로를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다. 항해 후 도달할 디지털 신대륙은 먼저 차지하는 기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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