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기 살인' 유족 "배터리 절반에도 휴대전화 꺼져있었다"..마지막 카톡 보니

강소영 2022. 1. 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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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70cm 막대기로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른 서울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 한모씨의 범행 동기에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당초 “음주 운전을 말리려고 했다”는 주장에 반하는 피해자의 생전 마지막 메시지가 공개됐다.

4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손수호 변호사가 출연해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피해자의 마지막 메시지를 조명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9시경 한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대문구의 스포츠센터에서 20대 직원 A씨의 항문에 길이 70㎝가량의 교육용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 넣어 장기 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지난 2일 구속됐다.

한씨와 피해자 A씨는 지난달 30일 센터에서 회식 자리를 가졌고, 동석했던 직원 2명이 자리를 뜬 후 두 사람만 남아 술자리를 이어갔다. 손수호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 때문에 다른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갈 때도 그는 회사에 남았을 정도로 원만한 사이였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9시경 한씨는 “자고 일어났더니 직원이 의식이 없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현행범으로 체포된 한씨는 “A씨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서 이를 막으려다가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때렸다. 죽을 줄은 몰랐다”고 언급했다고.

하지만 유족은 한씨의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반발했다.

손 변호사가 공개한 A씨가 누나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회식이 있었던 30일 오후 9시30분경 A씨는 “20분 째 대리가 안 잡힌다”고 말했다. 이에 A씨의 누나는 “그냥 근처에서 자라”, “대리 어디 거 부른 거니? 뭐 누구누구한테 전화해 봐” 등의 이야기를 했다. 

이후 A씨의 누나가 대리운전 기사에 번호를 보내기도 했으며, 이후 오후 10시54분경 “갈게”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왔다. 그러나 A씨는 집에 오지 않았고, 걱정이 된 누나가 자정 즈음에 A씨에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그런데 이는 배터리가 없어서 전원이 꺼진 것이 아니었다. 배터리가 절반 정도 남아 있었고, 누군가가 일부러 전화기를 끈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한씨는 범행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당시 스스로 경찰에 신고를 한 점은 인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건이 일어난 스포츠센터 내부. 연합뉴스
 
한씨는 체포된 후 “경찰에 신고했던 것과 출동한 경찰관에게 내가 화를 낸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그의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피해자 A씨가 사망하기 7시간 전 2곳의 지구대에서 6명이 경찰이 출동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당일 한씨는 “어떤 남자가 와서 누나를 때린다”며 처음 112 신고를 했고, 경찰의 CCTV 확인 결과 그는 신고하는 도중에도 피해자를 폭행하고 있었다. 

이어 현장에 경찰관 6명이 도착했으나 한씨는 “나는 그렇게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고, 경찰의 CCTV 확인 요청에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경찰이 현장을 찾았을 당시 피해자 A씨는 상의만 입은 채 하의는 다 벗고 누워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가슴에 손을 얹어 맥박과 체온 등을 확인한 뒤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 옷을 덮어주었다. 경찰이 한씨에 A씨의 신원을 묻자 한씨는 “우리 직원인데, 술에 취해서 잔다”며 신고한 내용과는 다소 다르게 말했다. 

당시 경찰은 A씨의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현장을 떠났고, 7시간 후 한씨의 “A씨가 의식이 없다”는 신고에 다시 출동한 경찰은 한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A씨가 직장과 담낭, 간, 심장 등 장기 손상으로 숨졌다는 1차 소견을 내놓자 한씨에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관련 경찰의 대처 미흡 논란이 일자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출동 경찰이) 피해자 얼굴이나 다리 등에 멍이나 외상 자국이 드러나지 않아 살인 범죄를 인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 관점에서 미비점이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한씨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소영 온라인 뉴스 기자 writerk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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