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만둣국' 멘트로 인종차별 당한 한국계 美 앵커, 그리고 반전 상황
[스포츠경향]
한국계 미국인 앵커가 방송에서 “새해 음식으로 만둣국을 먹었다”고 했다가 시청자에게서 인종차별적인 폭언을 듣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사건이 SNS에서 널리 알려지면서, 피해 앵커에게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사건 발단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NBC 산하 방송국 뉴스 방송이었다. 20년 경력의 한국계 미셸 리 앵커가 미국 남부 새해 음식인 채소·검은눈콩·옥수수빵·돼지고기 등 의미를 설명하고는 “저는 만둣국 먹었어요. 한국사람들이 새해에 많이들 먹거든요”라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화면이 전환될 때 빈 ‘오디오’를 채워주는 자연스러운 한 마디였다. 리 앵커는 백인 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계다. 그런데 한 시청자가 같은 날 방송국에 보낸 음성메시지에서 리 앵커를 향해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완전 아시아인스러웠다(very Asian). 한국적인 것은 혼자서나 하라”고 지적했다.
시청자는 약 1분짜리 음성메시지에서“리 앵커의 말에 기분이 나빴다. 만약에 백인 앵커가 ‘우린 새해에 이런 걸 먹는다’고 하면 어땠겠나”고 따지기도 했다.
리 앵커는 SNS에 음성메시지를 직접 듣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응수했다. 이 영상에 인터넷이 화답했다.
동료 언론인이나 일반 이용자뿐 아니라, 작가, 정치인 등이 리 앵커를 위로하고 아시아인으로서 정체성을 응원하는 글을 쏟아냈다. 응원 글에는 ‘#완전아시아인’(#VeryAsian)이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우리가 만둣국을 먹어서 열받는다고? 아시아인은 새해 두 번 챙긴다고 하면 뭐라고 하려나”라고 했고, 다른 이용자는“2022년엔 매일 #완전아시아인스럽게 해주세요”라고 했다.
미국 보스턴 최초 아시아계 시장이자, 최초의 여성 시장인 대만계 미셸 우 시장도 리 앵커 SNS 글을 리트윗하면서 “나도 만둣국 먹었다! #완전아시아인스러워서 자랑스럽다”고 했다.
리 앵커는 3일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익명의 전화 목소리가 인종차별적이고 혐오를 드러낸다 해도 나는 감당할 수 있다”며 “지금은 그 전화가 선물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선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미셸 리 앵커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는 “내가 이 시청자에게 직접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진심 어린 대화를 하고 싶다. 같이 만둣국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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