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가입 가능성 열어둔 핀란드와 스웨덴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에 대응

박효재 기자 2022. 1. 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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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과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지난해 10월 헬싱키 소재 콘서트홀 핀란디아홀에서 만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헬싱키|EPA연합뉴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중립국 핀란드가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스웨덴도 러시아의 요구와 상관없는 독자적인 안보정책 선택권을 강조하며 가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러시아가 인접국 우크라이나를 언제든 침공할 수 있다며 위협 수위를 높인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인근 발트해 국가 에스토니아까지 이를 지지하는 등 나토 가입 여론은 북유럽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새해 신년사를 통해 “언제든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핀란드는 군사 동맹과 나토 가입을 포함해 스스로 (군사·안보) 전략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마린 총리도 “우리는 안보 정책을 결정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의 앤 린데 외무장관도 “각 나라는 안보 정책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서 “러시아의 요구에 따른다면 독자적으로 선택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발트해 3국 중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두 나라의 나토 가입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마르코 미켈슨 국회 외교위원장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북유럽 전체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트 3국 주요 정당 지도자들은 북유럽 주요국인 핀란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와 국경 지역에서 안보 안정성을 높이고,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통해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것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랜 기간 군사 비동맹과 중립 노선을 지켜온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 가능성을 밝힌 것은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핀란드는 100년 넘게 러시아 지배를 받다가 1917년 독립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39~1940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겨울전쟁’을 겪었지만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고 미국의 유럽원조계획인 마셜플랜도 거부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군사훈련을 하는 협력국이다. 현재 나토 회원국은 모두 30개국이며 협력국은 20개국이다. 러시아와 1340㎞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핀란드는 원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니니스퇴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두 나라의 이번 입장 발표는 표면적으로는 나토 가입을 봉쇄하려는 러시아의 경고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앞서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24일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한다면 심각한 군사적·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러시아는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나토 가입은 “우리가 결정할 문제”라고 응답한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따른 안보 위협 증대가 자리잡고 있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나토 동진을 경계하면서 실제로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한 사례가 있다”면서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도 손해볼 게 없다는 식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핀란드도 안보에 상당한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핀란드나 스웨덴이 빠른 시일 내에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외교안보연구소 전혜원 교수는 “나토 가입은 유럽연합(EU) 가입 여부를 결정할 때처럼 국민투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핀란드 국민들은 비동맹 중립 국가 소속이라는 정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핀란드인의 40%는 나토 가입에 반대했으며 찬성 비율은 26%에 그쳤다.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당장 전기값이 폭등하는 등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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