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안 보게 해주세요..tvN의 '헛발질' [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2. 1. 4. 16: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tvN 드라마 ‘어사와 조이’ 포스터. 사진 스포츠경향DB


‘즐거움엔 끝이 없다’고 외치는 tvN. 하지만 아쉬움은 계속 되고 있다. tvN, 특히 드라마 부문에서 마무리에서의 실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지막 그러니까 28일 막을 내린 드라마 ‘어사와 조이’는 현대어 ‘이혼여성’에 준하는 ‘기별부인’이라는 소재를 수사물, 로맨스와 함께 섞어 당초 관심을 모았다. 옥택연의 사극 도전에 최근 급격하게 출연작을 늘리고 있는 김혜윤의 존재감도 얹어졌다.

하지만 마무리는 기대치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이미 박승(정보석)과 관련한 갈등상황이 정리된 후였고, 기별부인인 조이(김혜윤)와 어사가 된 이언(옥택연)의 러브라인 역시 그 전회에 모두 정리돼 마지막회는 마치 드라마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 분량처럼 구성됐다.

두 사람이 조력자들과 힘을 모아 요즘말로 ‘아케이드’ 형태의 주막을 열고, 조력자들의 러브라인이 정리되고, 벗인 보리(채원빈)에 대한 부채의식도 무당을 통해 덜어내는 조이의 모습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16부작으로 구성된 드라마에서 원래 모든 갈등이 마무리되고 극의 절정을 볼 수 있는 것이 마지막회 그 전회인 15회와 마지막회인 16회다. ‘어사와 조이’는 근래 보기 드문 힘 빠진 엔딩으로 시청자를 몰아갔다.

제작진은 16회의 남은 분량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성긴 구성을 보인데다 막판 메이킹 영상도 5분 가까이 배치했다. 이는 드라마 본방송을 보고 있는 것인지 메이킹 영상이 등장하는 특집편을 보는 것인지 헷갈리게 했다. 회차가 늘어 줄거리가 성기어진다면 회차를 줄였어야 했고, 그게 아니었다면 갈등국면을 이전에 마무리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tvN 드라마 ‘하이클래스’의 한 장면. 사진 스포츠경향DB


tvN 드라마에서 실망감이 느껴진 상황은 2021년에 자주 있었다. 어떤 드라마는 단순한 실망감을 넘어 논란까지 상황이 비화됐다. 우리나라 굴지의 드라마 제작사라는 ‘스튜디오 드래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지는 채널의 드라마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였다.

연 초 방송된 ‘철인왕후’에서는 “실록은 지라시”라는 등의 대사가 문제가 되고, 실존인물인 신정왕후에 대한 잘못된 묘사로 역사왜곡 논란이 일었다. 또한 ‘여신강림’에서는 현재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중국발 PPL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반기에도 각종 논란이 이어졌다. 주인공 김선호의 사생활 논란으로 마지막 감동이 사그라든 ‘갯마을 차차차’를 시작으로, 조여정의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던 ‘하이클래스’는 조악한 마무리로 빈축을 샀다. 유재명, 한예리, 엄태구가 등장한 ‘홈타운’은 작가 논란으로 시작해 결국 시청자와의 공감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암호와도 같은 이미지들만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대단원은 김은희 작가의 작품 ‘지리산’이었다. 200억이 넘는 제작비를 투자했지만 김은숙 작가 특유의 서스펜스는 살아나지 않았고 결국 드러난 살인범이 ‘선택적 산사태’에 의해 처단된다던지 하반신 마비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주인공들이 멀쩡히 일어나는 설정 등은 결국 실소를 자아냈다. 여기에 마지막회를 맥없이 마무리한 ‘어사와 조이’가 한숟갈을 더 얹은 형국이 됐다.

2021년 방송가, 특히 드라마 시장의 판도를 본다면 영화의 상상력과 대자본의 기술력이 합쳐진 OTT 플랫폼의 작품이 크게 번성했다. 영화계나 방송계를 가리지 않고 재기넘치는 시놉시스들은 먼저 OTT 플랫폼을 찾는다는 것이 정석이 됐다. 이름 있는 배우들도 지상파나 케이블 등 전통적인 TV 플랫폼을 벗어나 OTT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tvN 드라마 ‘지리산’ 포스터. 사진 스포츠경향DB


이러한 상황에서 TV 플랫폼에서 그나마 진일보한 작품을 보여줬다는 tvN의 ‘헛발질’이 계속될 경우, 2022년 방송가의 판도는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게 된다. KBS, MBC, SBS 등 전통적인 채널들 드라마가 부진한 사이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tvN과 JTBC의 드라마들은 tvN의 경우엔 성긴 작품성으로, JTBC의 경우에는 계속되는 어두운 분위기와 낮은 시청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 한 작품을 만들더라도 좀 더 노력을 기울이는 ‘장인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장르나 배우에서 비치는 그럴 듯한 이름값이 아니라 마지막회를 보고난 후에도 여운을 남길 수 있게 하는 작품성이기 때문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