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마트 홈, 망 분리와 함께 보안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 필요

최호 2022. 1. 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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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데이터 활용이 산업 발전 촉매 역할을 담당하고 개인·사회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경제 시대를 살아 가고 있다. 데이터는 미래 경쟁력의 핵심 수단으로써 금융·의료·제조·에너지 등 분야에서 신기술과 결합, 혁신을 이끌고 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스마트 시티, 스마트 홈이 확산되면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 마이데이터 산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촉진 등 데이터 경제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의 하나로 '스마트 홈'을 언급하고 있다. 스마트 홈이란 가전제품을 포함해 에너지 소비장치(수도, 전기, 가스, 냉난방 등)·보안기기(도어록, 감시카메라 등) 등을 통신망으로 연결해서 모니터 및 제어하는 기술로,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집안의 모든 디바이스를 안심하고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고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스마트 홈의 연결(Connect)과 제어(Control) 기능은 해킹 등 보안사고 발생 때 개인의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사생활 침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집은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거주공간임을 고려했을 때 보안 문제는 스마트 홈 활성화의 치명적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9년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아파트 공용 서버가 해커에 의해 공격받아 스마트 홈 서비스가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장비를 제어하는 월패드(세대단말기) 기능이 마비됨에 따라 공용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초기화되고 집안 형광등이 저절로 켜지거나 꺼지는 등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해킹 사고는 전기·가스·수도의 사용 내역을 탈취·조작하거나 자동 문 열림, 가스밸브·보일러온도 제어 등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아파트 내 월패드 해킹을 통해 사람의 일상생활을 불법 촬영한 영상이 유출되면서 많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스마트 홈 보안 강화를 위해 홈네트워크의 '세대 간 망 분리'가 크게 이슈화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는 하나의 네트워크(통신망)를 전체 가구가 공유하고 있으며, 해커가 한 가구의 월패드를 해킹할 경우 모든 가구를 해킹할 수 있는 구조다. 망 분리란 홈네트워크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말하며, 가구 간 망 분리를 통해 어느 한 가구가 해킹되더라도 다른 가구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에서 가구 간 망 분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계에서는 망 분리 비용이 과다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신축 아파트에만 적용될 예정이어서 기존 아파트의 보안은 여전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는 스마트 홈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스마트 홈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망 분리 대책보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스마트 홈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가구 간 망 분리도 필요하지만 망 분리만을 강조하는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가구 간 망 분리의 경우 해킹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해킹을 예방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보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스마트 홈은 가구부부터 공용부까지 다양한 해킹 위협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 인증, 기기 인증, 데이터 암·복호화, 2차 인증 등을 통해 해킹 위협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일회용비밀번호(OTP; One Time Password) 인증 방식을 적용할 수도 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불법 접속 등 해킹을 탐지하는 솔루션을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해킹 위협 및 취약점에 대비하고 지속적으로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다방면의 노력이 요구된다.

스마트 홈은 개인 사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영역이고 향후 데이터 경제 시대의 주요 데이터 생산지가 될 것으로, 보안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스마트 홈에 대한 신뢰성과 안전성 없이 스마트 홈 산업은 발전할 수 없으며, 강력한 보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 경제 시대에 우리나라가 스마트 홈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도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dbchung@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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