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들고 촬영장 쓴 정우성, 편의점급 간식도 제공

김유태 2022. 1. 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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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
달에 불시착한 우주대원들
선택 갈림길 놓인 모습 그려
배우 아닌 제3자 입장에서
배우들 바라보는 경험 신선
촬영장에 먹거리 구비하고
빗자루로 세트장 쓸기도 해
코로나19 시간 언젠가 극복
극장과 OTT 공존 시대 올것
.
배우 정우성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이번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 제작자가 바로 정우성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지독하게 잘생긴 눈빛으로 오토바이를 질주하는 민(영화 '비트'), 소주 한 잔 마시면 사귀어야 할 것만 같은 더벅머리 철수('내 머리 속의 지우개'), 카우보이 모자에 장총을 쏘는 현상금 추적자('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부패한 부장검사 한강식('더 킹') 등 한국영화를 대표하던 배우 정우성은 이번에 '제작자'라는 새 역할을 인생(人生)이란 이름의 필모그래피에 박아넣었다.

연기자 수식어를 뗀 '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을 4일 화상으로 만났다. 드라마를 총괄한 정우성은 "역시 제작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공개 전부터 한국형 SF호러로 주목을 받았다.

달에 위치한 발해기지로 떠난 대원들이 지구로 가져가서는 안 되는 것을 지구로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대원들은 행정기관이 은폐하던 진실을 마주한 뒤 임무를 지속할지의 갈림길에서 분투한다.

"한정된 공간과 제한된 우주복 안에서 안전을 보장 받아야 하는 스릴에 특히 끌렸습니다. 또 인류가 물을 찾아 달로 간다는 설정도 매력적이었어요. 제작을 결심한 이유죠."

한국 콘텐츠에서 보기 드문 우주 서사는 매력적이다. 특히 지구의 6분의 1 수준인 중력이 치밀하게 구현됐다. 탐사선에서 탈출한 대원들이 발해기지까지 7.6km를 걷는 장면은 감탄사가 불가피하다. 서사의 중요 소재인 월수(月水)에 사람 신체가 반응하는 장면도 압도적이다.

구슬땀을 흘리는 '후배 배우'들을 독려하고자 정우성은 매일 촬영장을 찾았단다.

"제작자로서 '제3자' 입장에서 배우들을 보는 일은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자주 가긴 했지만 제작자이면서 제가 또 선배다 보니 말 한 마디를 거는 것조차 조심스럽잖아요. (웃음) 각자의 위치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어요."

정우성이 촬영장 한켠에 마련한 먹거리는 최근 화제였다. 편의점을 통째로 옮겨놓은 수준이었다는 증언까지 나올 정도다. 정우성은 최항용 감독의 "컷"소리가 들리면 직접 빗자루를 들고 나와 출연진들 발자국이 찍힌 세트장의 달 표면을 정돈하기도 했다.

"한 컷씩 촬영할 때마다 발자국을 지워야 하니까요. 해보니까 배우와 감독, 제작자는 각자의 어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촬영장에 있는 모두는 하나의 '팀'이기 때문에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 노력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웃음)"

아끼는 배우들의 연기 감정선을 실시간으로 보는 경험도 신선했다. "배두나 씨는 가족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요구받는 날엔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그 감정을 가지고 내리더라고요. 감정의 무게를 더는 신이 있을 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롭게 출발는 모습에 감탄했어요. 감정의 무게추를 조절하는 배우라고 느꼈습니다."

'고요의 바다'는 넷플릭스 세계 3위까지 올랐다. '오징어 게임' 후광도 없지 않았다. 정우성은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의 흥행 기준이 '오징어 게임'에만 맞춰지는 건 가혹하다"며 웃었다.

"우리 모두가 작년에 경험했던 '오겜 현상'은 함부로 가질 수 없는 우연적 현상이기도 하잖아요. 제작자나 배우가 의도한다고 해서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봐요. 작품 고유의 재미에 집중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웃음)"

'오징어 게임' 주연 이정재는 정우성의 평생지기 친구다. 삶의 진정한 '깐부'인 이정재에 대해 정우성은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의사결정을 함께 하기도 하는데 서로 각자의 활동영역이 있죠. 저희 둘은 오랜 시간 동안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그 자체로 인정하기 때문에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영화계와 OTT 플랫폼의 확산에 대해서도 분석과 전망을 아끼지 않았다.

"코로나19가 OTT 확산을 앞당긴 건 사실이라고 봐요. 하지만 이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한 나라의 작품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형성은 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현상은 아닐 거예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코로나를 분명히 극복할 것이고, 그 이후에는 극장 문화와 OTT가 양립하는 사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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