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고, 치료 중 숨져.."위험의 외주화가 만든 참극"
[경향신문]
한국전력·하청업체 등 산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중
한국전력 하청업체 소속 30대 노동자가 전기 연결 작업을 하다가 2만2000볼트 고압전류에 감전돼 치료를 받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지난해 11월 5일 여주시의 한 신축 오피스텔 인근 전봇대에서 전기 연결 작업을 하던 한국전력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김모씨(38)가 고압 전류에 감전되는 사고를 당했다고 4일 밝혔다.
사고 당시 김씨는 의식을 잃은채 10m 상공에서 전봇대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인근 주민과 동료들이 119에 신고했지만 그를 땅으로 내리기까지 30분이 더 걸렸다. 근방의 전기를 끊고 나서야 구조작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닥터헬기를 타고 외상센터가 있는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이 더 걸렸다.
김씨는 맥박과 호흡이 살아 있는채 병원에 후송됐다. 하지만 머리부터 상반신까지 전신의 40%가 3도 이상의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며 힘겹게 버티던 그는 사고 19일만인 같은달 24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올해 봄 결혼을 약속하고 상견례를 앞두고 있었다.
한국전력의 안전규정상 이 작업은 2인1조로 진행됐어야 한다. 그러나 사고 당시 김씨는 홀로 현장에 투입됐다. 그는 또 고압 전기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작업차’ 대신 일반 트럭을 타고 작업했으며, 장갑도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관계자들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한국전력 지사장과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에서 기본적인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공공기관부터 모범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가 만든 참극이며, 그 책임은 한전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고층작업에서는 고소절연작업차를 쓰게 돼 있고,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 숨진 노동자는 1t 트럭에 절연장갑도 아닌 면장갑을 낀 상태였다”면서 “한전은 여전히 전기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도 하청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면 그만이다. 한전의 안이한 사고가 그대로 현장까지 이어져 전기 노동자들은 일회용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평수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기본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회사(한전)는 ‘돈이 별로 안 되는 13만5000원 짜리 아무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회사가 말한 그 간단한 작업 때문에 결국 서른여덟 김씨의 목숨이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김태희·이혜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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