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주기 짧고 대중교통까지 대체한 공유 킥보드, 탄소배출 득보다 실 많다

서동준 기자 2022. 1. 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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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팀 수명 짧아 제조·폐기도 잦아 탄소 배출多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역 인근에서 송파구청 관계자가 불법 주정차된 전동 킥보드를 견인하고 있다. 공유 전동 킥보드의 제조와 폐기, 수송에서 다량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제공.

‘공유’와 ‘전기’로 포장된 공유 전동 킥보드가 제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살펴봤을 때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탄소 배출량 감축에 별 이득이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도시일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교통계획및시스템연구소는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대중교통, 자동차, 자전거 등 8종 이동수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해 국제학술지 ‘교통연구 파트D, 교통과 환경’ 1월호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스위스 취리히시에 거주하는 540명의 6만5000회의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8종 이동수단의 생산, 운용, 유지 관리, 폐기 등 전 과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추산했다. 다수의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들이 전동 킥보드가 이동 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며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데 반해,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의 총량을 들여다본 것이다.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는 개인 소유와 공유용으로 나눠 조사했으며, 날씨 등 환경에 따른 이동수단 선호도와 어떤 이동수단을 대체하려는지도 파악했다.

공유 전동 킥보드는 승객 1명을 1km 이동시키는데 107g의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공유 전기 자전거는 83g으로 그 뒤를 이었다. 두 공유 이동수단의 수명이 1.9년으로 가장 짧아서 제조와 폐기에 많은 이산화탄소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공유 이동수단이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 등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이동수단을 대체하고 있어서 탄소 배출에 대한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은 승객 1명의 1km 이동마다 72g이다. 자전거는 17g, 도보는 0g으로 계산됐다.

반면 개인이 소유한 전동 킥보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2g으로 추산됐다. 공유 전동 킥보드와 연간 이동거리는 비슷했지만 수명은 3년으로 1.5배가량 길었다. 개인 소유 전기 자전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4g으로, 공유 전기 자전거보다 수명이 3배 길었다. 또 개인이 소유한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는 공유 이동수단보다 자동차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이산화탄소 배출에 더욱 긍정적이라고 평가됐다.

제1저자인 렉 대니얼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교통계획및시스템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은 “공유가 환경을 보호한다는 기존 통념에서 어긋난다”며 “대중교통체계를 잘 갖춘 대부분의 유럽 도시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취리히는 약 41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로, 인구밀도는 부산시와 비슷한 1㎢당 4700명이다.

과거 여러 연구도 전동 킥보드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팀은 2019년 공유 전동 킥보드의 수명이 1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승객 1명을 1km 이동시키는데 202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일반 자동차와 비슷하고 전기 자동차보다 3.5배 많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공유 전동 킥보드의 수명을 2년이라고 가정해도 141g 배출해 여전히 전기 자동차보다 2배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 중 약 50%는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며, 또 공유 전동 킥보드를 재충전하거나 수리하기 위해 수거할 때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트럭이 이용되는 점을 지적했다. 

독일의 국책항공사 루프트한자 그룹의 디질털화 본부인 루프트한자 이노베이션 허브도 2019년 11월 독일 연방 교통·디지털인프라부(BMVI), 독일 연방 환경청(UBA), 한델스블라트 연구소, 온라인 통계 포털인 스태티스타 등의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이동수단별 추정 탄소 배출량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며 전동 킥보드의 탄소 배출량은 1명의 승객을 1km 이동시키는데 126g으로 평가됐다. 내연기관 이륜차(145g)보다는 낮지만 전기차(92g), 하이브리드 자동차(82g), 전기버스 (25g) 등보다 높았다. 이때도 제조, 유지보수, 폐기에서 다량의 탄소가 배출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팀은 공유 전동 킥보드를 친환경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운영과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렉 연구원은 “공유 전동 킥보드가 친환경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과 도보가 아닌) 자동차를 대체할 운영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공유 킥보드 집수지역을 확대해 외곽지역의 통근자가 이용하고, 러시아워의 교통량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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