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지도자의 덕목 광이불요(光而不曜)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2022. 1. 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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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캄보디아 인생 피정을 결단했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나비처럼 날아다니고 싶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마당에 과거의 빛바랜 훈장이나 흘러간 영화(榮華)가 무슨 소용 있겠는가. 모처럼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아! 이게 바로 자기 성찰이구나 하고 그때야 깨달았다.”

2014년 『엉클 죠의 캄보디아 인생피정 - 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준 것들』을 읽었을 때 밑줄을 그었던 문장이다. ‘엉클 죠 이백만’은 ‘노무현 정치’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이다. 당시 비극적 결말에 따른 피로를 견디지 못한 그가 피정을 빙자한 ‘캄보디아 도피’를 떠났으리란 오해가 좀 있었으나 저 책을 읽은 후 그의 깊고 순수한 신앙심, 봉사와 희생정신을 존중하게 됐다. 뒤이어 2년간 신학원 공부까지 한다는 풍문도 들렸다.

2018년 ‘주교황청 대사 이백만’ 뉴스는 놀랍지 않았다. 그를 능가할 적임자가 없음을 너머 이미 오래전에 성령으로 예정됐을 것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돌아온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이 어느 한량의 로마 관광 이야기 정도가 아니라 ‘복음, 역사, 국제정치와 교황청의 관계’에 대한 지식에다 일반인이 알 수 없었던 교황청과 바티칸국의 일상을 양념으로 살짝 버무린 영적 교양서인 까닭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 Sono disponibile.’

2018년 10월 18일, 로마 교황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전한 메시지다. ‘나는 준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북한에서 공식초청하면 방문하겠다’는 말씀이다. 일이 성사되면 한반도 영구평화체제를 바라는 우리 민족에게 그보다 큰 선물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 방문 전에 교황은 대사에게 먼저 “내 가슴과 머리에 항상 한반도가 있습니다. 한반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늘 응원합니다”라는 말씀을 했던 터였다. 엉클 죠는 그날을 기다리는 기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바티칸 산책길에 있는 ‘한반도’는 그뿐만이 아니다. 박물관에는 1801년 신유박해 때 구원을 요청하는 가로 62cm, 세로 38cm의 작은 비단조각에 한자 13,311자를 적어 넣은 황사영 백서가 있다. 저자는 황사영의 혼이 깃들어 있는 백서 모퉁이를 살짝 만져보는 ‘특혜’를 누린 후 전율했다. 교황청에는 황사영 백서 못지않게 감동을 주는 ‘동대문 시장 구르마 십자가’도 있다. 100년 넘게 동대문 시장을 누볐던 낡은 구르마 한 대가 십자가로 환생해 성모님께 봉헌돼 있는데 ‘굴곡진 현대사의 고달픔을 떨치고 통일을 이루는 한반도의 염원’이 담긴 십자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기비결은 노자가 제시한 지도자의 최고 덕목인 광이불요(光而不曜, 밝게 빛나지만, 그 빛으로 남의 눈을 어지럽게 하지 않는다)를 가진 탓이다. 소박하고 신심 깊은 교황은 사람들을 만나 축복기도를 해주고 나면 반드시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세요!”라고 부탁한다. 여기에는 ‘경청과 순명’의 깊은 철학이 담겨있다.

저자는 성경을 공부하면서 공산주의가 무너진 이유도 알게 됐는데 ‘하느님의 선물인 자유의지의 결핍’이라고 한다. 자유의지는 콘크리트를 굳게 하는 물처럼 공동체 운영에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성경에는 있고, 공산주의에는 없는 것이 바로 ‘자유의지’라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또 폼페이 부근의 작은 도시 노체라에 있는 500년 역사의 봉쇄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녀님들로부터 ‘고독이 행복을 키워주는 자양분이요, 위대한 인류 역사는 모두 고독 속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성찰한다.

이백만은 “그 옛날 방황을 하면서도, 위안과 희망을 주며 새로운 길을 보여준 다음 두 가지 말씀으로 뚜벅뚜벅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에 고백해놓았다.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마르 6.31)
“와서 아침을 먹어라.” (요한 21.12)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이백만 지음 / 바오로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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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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