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정 감독 "뮤지컬에서 노래는 이야기가, 음악은 그림이 되죠"

오보람 2022. 1. 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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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만의 첫 에세이 '이토록 찬란한 어둠' 출간
"공연 만드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보호받는 '시스템' 만들어졌으면"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더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명성황후', '돈키호테', '겨울연가', '맨 오브 라만차', '맘마미아', '미스 사이공', '서편제', '모차르트!', '레미제라블', '광화문연가', '레베카'….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이 그간 참여한 작품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열 손가락, 아니 열 발가락까지 모두 합쳐도 불가능할 듯하다. 국내 창작 뮤지컬부터 라이선스 뮤지컬, 군 뮤지컬까지 수십 개의 작품을 통해 커리어를 쌓았다.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넘긴 그가 첫 에세이 '이토록 찬란한 어둠'(흐름출판)을 출간하며 무대 밖에서 관객을 만나게 됐다.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과정에서 경험한 음악, 무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화려함 이면에서 공연을 만드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 더 넓고 깊은 뮤지컬 세계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누가 내 이야기에 관심이 있을까 망설이다가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봤어요. 공연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다면 더 기쁠 것 같습니다."

김 감독이 음악감독으로 첫발을 내디딘 200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는 막 뮤지컬이 부흥하려던 시기였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사실상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음악감독은 "현장에서 길러지는 직업"이었고, 양성 기관도 없어 실용음악 학원에 다니고 클래식 지휘법을 따로 배워야 했다.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더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감독 역시 이러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데뷔작 '둘리'(2001)를 작업할 당시에는 다섯 살, 두 살 난 두 아이의 육아까지 병행해야 했다. 그는 책에서도 공연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김 감독은 "사실 엄마라는 '직책'을 감당하기에 열정과 혈기가 나름대로 남아있는 어린 나이기도 했고, 가족의 도움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육아와 가사, 꿈을 향한 열정을 동시에 좇는다는 것은 전혀 녹록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래도 무대에서 저를 이토록 황홀하게 만드는 음악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이 모든 고난을 겪어내면서도 김 감독을 무대로 끌어들인 음악 그리고 뮤지컬의 마력은 무엇일까. 그는 "내게 음악은 놀이였고 악기는 장난감이었다"며 웃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상사 집에 놀러 갔다가 운명처럼 피아노를 접한 김 감독은 음악을 업으로 삼지는 않아도 삶 속에 음악이 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함께 밴드 활동을 한 유희열이 열여덟 살 겨울 무렵 "작곡 공부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고, 이후 서울예대에 진학하면서 음악인이 됐다.

김 감독은 유희열을 두고 "정말 자랑스러운 친구"라며 "멋진 뮤지션으로 자리 잡고 사랑받고 있는 것 같아 친구지만 존경스럽다"고 했다.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더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감독이 본격적으로 뮤지컬과 사랑에 빠진 건 1997년 '명성황후' 건반 세션으로 참여하면서다.

"뮤지컬의 음악은 '보이는 음악'이라는 매력이 대단해요. 또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그 무대와 함께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힘까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에선 노래는 이야기가 되고 음악은 그림이 되죠."

그는 뮤지컬 음악감독은 음악을 "무대화하는 사람"이라며 무엇보다 "감동을 전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연출이 대본을 바탕으로 공연을 설계하듯, 음악감독은 음악을 바탕으로 공연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감독은 어떤 배우가 어떤 조합으로 노래하고, 몇 명의 연주자를 투입해 합주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해요. 작품 의도와 관객이 원하는 방향도 읽어야 하죠. 거기에 음악성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음악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 감독은 음악과 무대에 대한 고민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만큼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던 데는 '운'도 많이 작용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놀라운 실력자들이 많은데도 뮤지컬 업계에 접근하기 쉬운 구조가 아니라는 게 안타깝고 미안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뮤지컬 관객층이 다양해진 건 고무적이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또 창작 뮤지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고 있어서 그 또한 기뻐요. (뮤지컬이 발전한 만큼) 공연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직업인으로 대우받고 보호받는 시스템이 생기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더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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