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흥행 기준이 '오징어게임' 너무 가혹해, 기준 깨야"[EN:인터뷰③]

이민지 2022. 1. 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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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12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한민국 최초로 달을 소재로 한 SF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고요의 바다'는 기획단계부터 배우 정우성이 제작사로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정우성은 최항용 감독 단편영화 '고요의 바다'에 매료돼 제작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이어 두번째 제작이다.

- 배우를 넘어 제작자로 발을 넓히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제작자로서 포부가 있다면? ▲ 제작자로서는 목표는 없었다. 연출에 대한 꿈이 있었다. 제작자가 된 것은 우연한 만남이었다. 앞서 말했듯 후배가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직접 제작하기 보다 소개시켜주는 작업을 먼저 했는데 결국 내가 미력하지만 같이 해보자고 용기를 냈던거다. 앞으로 내가 제작자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보다 '고요의 바다'를 통해 얻은 깨달음과 노하우를 다른 작품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런 면에서 더 많은 작품이 생각나고 욕심나는건 사실이다.

- 최근 코로나19, OTT로 대중문화 판도에도 변화가 많았다. 데뷔 29년차 배우로서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나? ▲ 코로나19가 이런 상황을 앞당긴건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없었어도 전세계인이 다른 나라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 형성은 계속 됐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앞당겨졌을 뿐이지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더 빨리 세계인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시기지만 그 전에 이미 나는 한국 영화로서 전세계에 어떻게 한국 영화가 전파되는지를 느끼고 있었다. 전파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느렸지만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는 올라가고 있었다. 긴 시간동안의 노력이 완성돼 있는 상황이었다. 전세계인들이 봐도 높은 완성도의 작품들이 전달된 것은 그런 긴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는 우리가 극복할거다. 그 이후 극장 문화를 즐기시는 분들이 극장으로 오실거라는 기대와 희망이 있다. 양립할 수 있는 사회가 다시 도래하지 않을까 싶다. 전세계인들이 동시간에 한국 작품을 보고 평가하고 있다는건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는 즐겁고 벅찬 일이다. 그와 동시에 굉장한 책임이 동반되는 것도 사실이다. 전세계 사람들이 이걸 봤을 때 어떤 평가를 할까에 대한 의식이 끊임없이 들 수 밖에 없다.

- '오징어게임' 신드롬 후에 넷플릭스 드라마의 흥행 기준이 '오징어게임'에 맞춰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기준들이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배우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 가혹하다(웃음) 우리는 그 기준을 빨리 깨야 한다. '오징어게임' 정도의 전세계적인 돌풍,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낸 작품이 할리우드에는 몇 작품이나 될까, 전세계적으로 몇 작품이나 될까. 함부로 가질 수 없는 현상이다. 제작자나 감독이나 배우가 의도해서 다가갈 수 있는게 아니다. 그런 기준으로 모든 작품을 보신다면 앞으로 작품 고유의 재미나 메시지는 오히려 놓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소울메이트 이정재와 '청담부부'로 불린다. 두 사람의 행보도 비슷한데 앞날과 미래에 대해 많이 상의하는 편인가 ▲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같이 이야기 한다. 근데 각자의 활동 영역이 있다. 예를 들어 '고요의 바다'는 전적으로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해줬다. 나도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한다. 존중인 것 같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무엇을 표현하려 하는지, 그 표현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니까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웃음) 우리는 각자의 성향에 있어서 그게 맞는 것 같다.

- 스페셜 땡스 투에 이정재의 이름이 가장 먼저 올라와 있었다. 현대카드 폰트를 사용했고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이사 부회장님도 올라있는데 ▲ 현대카드 폰트를 발해기지에 얹으면 가장 어울릴 수 있는 것 같아서 부탁했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그래서 감사드렸다. 앞에 말했듯 옆에서 별 이야기 안해도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은 현장에 무엇을 했거나 하는 것을 넘어서는 고마움이 있다. 그래서 정재씨를 첫번째로 올렸다.

-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됐는데 절친으로서 어땠나 ▲ 좋았다. 뿌듯했다. 나도 '오징어게임' 음악 켜놓고 현장에서 장난도 많이 했다. 옆에서 지켜봐도 즐겁고 행복했다. 우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현상이었다.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봤든 우리 모두가 즐긴 시간이고 현상이었다. 지금도 즐겁다.

- 최근 감독, 제작자로 활동이 더 활발해졌다. 그러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을텐데. '배우 정우성'의 시간이나 자세 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나 ▲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새해가 되다 보니 작품과 상관없이 더 그렇게 되기도 한다(웃음) 젊은 시절 배우 정우성을 돌아보고 우리 영화가 추구하는 세계관, 세상에 추구하는 요소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영화가 가진 온전한 세계관 말고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고 무엇을 달성하기 위해서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본질은 이 작품 세계관의 완성인데 세상에 내놓고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에 무게 추가 더 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도 해보고. 앞으로 연출과 제작을 꿈꾸는 정우성은 어떤 고민을 더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 배우로서도 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고, 제작을 하는 등 다방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고요의 바다' 공개를 앞두고 회사 지분을 다른 곳에 넘겼는데 연기나 제작에 더욱 집중한다는 신호로 해석해도 될까? ▲ 타이밍을 잡고 그렇게 한건 아니다. 오랫동안 서로 협의하고 있던 상황이다. 분명히 시대가 대규모 자본의 투입, 산업과 산업간의 교류를 요구하는 것 같다. 그런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앞으로 아티스트 스튜디오, 아티스트 컴퍼니가 작품에 조금 더 매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도약의 의미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 영화 '보호자'로 장편 영화 감독 데뷔도 앞두고 있다. 메가폰을 잡아보니 어땠나? 개봉시기는 언제쯤인지 ▲ 작품과는 상관없이, 연출을 잘 했다 아니라고도 이야기 할 수도 없고. 정말 촬영하는데 재밌더라(웃음) 너무 재밌어서 즐거운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얼마만큼 해냈느냐는 작품을 보시고 평가해주시는 분들의 몫이다. '보호자' 촬영 시작하고 얼마 안돼 코로나19가 시작됐다. 영화들의 극장 개봉이 계속 밀리고. 더이상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올해 중반기는 보여드려야 하는 상황 아닐까 싶다.

- 최근에 매니지먼트사들이 속속 콘텐츠 제작을 시작하고 있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매니지먼트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어떤 이점이 있다고 보나 ▲ 이점도 단점도 있다. 함께 하는 배우들과 함께 기획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근데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는거니까 배우 활동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매니지먼트가 제작에 도전할 때 배우를 한정해 하면 안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매니지먼트는 다양한 시나리오, 대본을 접할 수 있는 직군이다. 그래서 배우들이나 매니저들이 '이 시점에 이런 시나리오가 존재하는거지? 이런 걸 해볼 수 있는 것 아니야?' 하고 도전할 수 있는게 강점인 것 같다.

- 배우, 제작자, 감독 활동영역이 굉장히 넓은데 앞으로 더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 ▲ 없다. 지금 하고 있는 걸 잘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걸 더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게 새로운 도전이다. 한편을 제작했다고 해서 다른 것도 제작을 잘 할 수 있다는 아닌 것 같다. 작품마다 늘 새로운 도전이고 경험해보지 않은 도전일 수 있다. 그걸 또 어떻게 잘 해내느냐가 늘 숙제이다.

(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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