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 몸 같은 '비×범한', 이 케미 심상치 않도다('고스트 닥터')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1. 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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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불현듯 닥쳐오는 순간들이 있지. 간절히 신을 찾게 되는 순간. 신이 바빠서 안 되면 귀신이라도 나타나 도와줬으면 하는 순간." tvN 새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 는 병원에서 일하는 김여사(황석정)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로 문을 연다.

영혼이 된 채 수술대에서 위급한 상황을 맞이한 자신의 몸을 하필이면 자신이 응급실로 내쫓은 고영탁이 수술해야 하는 상황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차영민이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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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닥터', 정지훈과 김범의 빙의 케미가 그릴 휴먼 코미디

[엔터미디어=정덕현] "살다보면 불현듯 닥쳐오는 순간들이 있지. 간절히 신을 찾게 되는 순간. 신이 바빠서 안 되면 귀신이라도 나타나 도와줬으면 하는 순간." tvN 새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는 병원에서 일하는 김여사(황석정)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로 문을 연다. 신이 아니면 귀신이라도 나타나 도와줬으면 하는 간절함. 바로 그것이 <고스트 닥터>의 판타지가 탄생한 지점임으로 그는 말하고 있다.

<고스트 닥터>는 의학드라마에 빙의 판타지를 더했다. 자기 실력이 최고라며 안하무인인 천재적인 흉부외과 전문의 차영민(정지훈)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몸에서 분리되어 나온 영혼이, 하필이면 똥손 신입 레지던트인 고승탁(김범)의 몸에 빙의되어 위급한 환자들을 살리는 판타지. '신들린 의술'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차영민의 놀라운 실력을 말하면서, 앞으로 그가 빙의되어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는 고승탁의 의술을 얘기하는 것이 된다.

흔히 빙의 콘셉트는 공포 스릴러나 오컬트 장르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고스트 닥터>는 코미디다. 실력은 최고지만 재수는 없는 차영민이라는 의사의 영혼이, 이론은 천재에 가깝지만 실전에서는 똥손인 데다 병원 재단을 물려받을 후계자여서 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승탁의 몸에 빙의된다는 콘셉트 자체가 코미디다. 영혼이 된 채 수술대에서 위급한 상황을 맞이한 자신의 몸을 하필이면 자신이 응급실로 내쫓은 고영탁이 수술해야 하는 상황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차영민이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그렇다.

결국 어쩌다 고영탁의 몸에 빙의된 차영민이 눈빛을 바꾸며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은 향후 이 드라마가 전개될 양상을 가늠하게 한다. 빙의 판타지를 가져옴으로써 가장 먼저 자신이 자신을 수술한다는 이 기막힌 상황은 어쩌면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보여줄 메시지를 은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차영민도 또 고승탁도 어딘가 한 부분씩 부족함을 드러내는 인물들이다. 실력은 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어 보이는 차영민과 금수저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어딘가 아픔이 숨겨져 있고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고승탁. 그들은 빙의를 통해 서로의 부족한 점들을 채워주고 성장시키는 변화를 겪지 않을까.

생사를 오가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마주하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애쓰지만 늘 성공할 수는 없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이 판타지에는 또한 들어가 있다. 결국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상황에 이르러서야 차영민은 비로소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런 점은 금수저 고승탁도 마찬가지다. 병원을 물려받는다는 것이 마치 사업체를 물려받는 것인 양 별 생각이 없는 그는 이 빙의를 통해 의사로서의 소명의식 같은 걸 깨달아갈 것이니 말이다.

의학드라마에 빙의 판타지의 조합은 그래서 흥미로운 퓨전이다. 진지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연기를 마치 한 몸처럼 해내야할 차영민, 고승탁 역할은 정지훈과 김범이라는 두 배우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한없이 진지해지다가도 어느 순간 코믹한 얼굴로 무너지고 때론 장난기 가득한 소년미를 드러내는 이들 연기자들이어서 이 빙의 판타지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이 드라마가 티저로 내세운 '비×범한' 케미에 대한 기대감.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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