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야당의 망징(亡徵)

기자 2022. 1. 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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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한비자(韓非子)는 자신의 책에서 나라가 망하는 징후를 무려 47가지나 열거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법령과 금법(禁法)을 가벼이 여기고 모략과 꾀에만 힘쓰고, 나라 안의 정치는 황폐하게 만들고 나라 밖의 외교와 원조에만 의지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는 2번째 항목이다.

이 대표가 그동안 윤석열 대선 후보를 포함, 당 내부를 향한 총질에 전념해온 것도 '나라 안의 정치를 황폐하게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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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한비자(韓非子)는 자신의 책에서 나라가 망하는 징후를 무려 47가지나 열거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법령과 금법(禁法)을 가벼이 여기고 모략과 꾀에만 힘쓰고, 나라 안의 정치는 황폐하게 만들고 나라 밖의 외교와 원조에만 의지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는 2번째 항목이다. ‘조그마한 술수로 법을 어긋나게 만들고, 사사로운 일로 공과 사를 그르치게 하며…’라는 27번째 항목도 비슷한 성격의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면서 이런 섬뜩한 문구를 떠올리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처음에는 그저 재승박덕(才勝薄德)으로 치부했으나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자신이 대표하는 정당을 내부로부터 흔들며 자멸을 재촉하고 있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많은 국민이 존재의 위기감을 겪는 중이다.

법령과 금법을 가볍게 여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최근의 당윤리위원회 결정을 들 수 있다. 윤리위는 이 대표의 알선수재형 성상납 논란을 무력화시켰지만, 이는 국민의힘 스스로 이율배반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 대표는 윤희숙 전 의원이나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했지만, 정작 이 대표가 임명한 윤리위 위원들은 그에게 면죄부를 선물했다. 이 대표가 그동안 윤석열 대선 후보를 포함, 당 내부를 향한 총질에 전념해온 것도 ‘나라 안의 정치를 황폐하게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더욱 해괴한 것은 상대 정당이 그를 적극 두둔한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죽이기’로 날 새는 줄 모른다”면서 “청년 당대표를 그야말로 ‘쓰고 버릴’ 작정이 아니라면…”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측의 엄호 사격은 스모킹건이나 다름없다.

한비자는 ‘임금이 말과 논리에 능숙한 반면 이치에는 어긋나고, 다재다능한 반면 법도에 따라 일을 다루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고 했다. 물론 한두 번의 조짐으로 나라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무가 꺾이는 것은 반드시 벌레가 속을 파먹었기 때문이고,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반드시 틈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숱한 나라가 일어났다 사라졌다. 그 역사의 파편들을 켜켜이 쌓아 올린 것이 한비자의 ‘망징(亡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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