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작가 "'허준'·'대장금' 뒤를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종합]

연휘선 2022. 1. 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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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허준', '대장금' 같은 작품들의 뒤를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해리 작가가 드라마를 마치며 소감을 밝혔다.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해리 작가는 4일 MBC를 통해 서면으로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을 그린 드라마다. 1일 방송된 17회(마지막 회)에서 최고 시청률 1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정해리 작가는 작품의 집필 계기에 대해 "2018년 12월, 정지인 감독님으로부터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제가 아기를 낳은 지 백일도 채 되지 않았던 때였다. 갓난아기를 두고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제가 원래 영정조 시대를 가장 좋아해서, 그 시대를 놓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정 감독님이 '대장금' 이후로 궁녀를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거의 없었는데, 우리가 궁녀 이야기를 제대로 그려보자, 이 이야기를 하셨던 게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결국 하겠다고 했고, 3년 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간신히 완성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본 방송 공개 후 호평을 받은 소감에 대해 "정말 놀랐다. 미술 세트, 소품과 의상부터 시작해서 연출, 배우들의 연기, 편집, 음악까지 정말 모든 게 완벽하게 완성돼 있었다. 호평을 받아 정말 기쁘다. 열심히 준비하고, 호평받을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일까. 정해리 작가는 "원작 소설은 참 재미있게 읽었고, 특히 엔딩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각색 작업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신경 썼던 부분은 분량 문제였다. 주인공의 내면묘사로 이루어지는 소설과는 다르게, 드라마 대본에는 오직 '사건'과 '대사'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소설을 대본으로 옮길 땐, 분량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정조가 왕이 되기 전까지 세손 시절의 분량을 많이 늘렸다. 그리고 원작 특유의 절절한 감정을 최대한 위화감 없이, 부드럽게 담아내려고 애썼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정해리 작가는 캐스팅에 강한 만족도를 보였다. 그는 "캐스팅이 확정된 후, 정 감독님이 저한테 '작가님, 이제 우리 드라마는 대박 난다' 이러시더라. 그래서 전 속으로 '캐스팅이 이렇게 완벽한데, 이제 감독님만 열심히 해주시면 된다' 이랬던 생각이 난다. 이준호 씨와 이세영 씨의 연기는 완벽 그 자체다. 보면서 그저 행복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열연해주신 모든 배우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특히 이덕화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이덕화 선생님께서 영조로 열연해주셔서 이 드라마가 전 세대를 어우르는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극에서는 '왕'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화면에 등장한 순간, 존재 자체만으로 긴장감을 자아내야 하는데 이덕화 선생님께서 정말 완벽하게 열연해주셨다"라고 밝혔다.

극 중 배경이 된 조선 영-정조 시대는 많은 드라마에서 다뤄지기도 한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소매 붉은 끝동'은 친잠례 등 알려지지 않은 행사와 고증을 녹여내 호평받았다. 자료 조사에 대해 정해리 작가는 "이 부분은 드라마를 고증해주신 조경란 선생님께 감사드려야 한다. 제가 쓰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선생님께 전화를 했는데, 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알려주셨다. 5부에서 호평받은 '시경'의 시 '북풍' 또한 선생님께서 찾아주신 것"이라며 "제가 좋은 시를 찾지 못해서 끙끙 앓고 있으니까, 선생님께서 며칠 동안 시경을 읽으시더니 이 시가 적합한 것 같다며 찾아주셨다. 조경란 선생님,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가 한 명도 없다', '인물들이 살아 숨쉰다'라는 호평에 대해 "캐릭터들을 쓸 때는 이들이 역사적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들의 일생을 극적으로 다루되, 그들 각자가 역사에 남긴 발자취를 존중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며 대본을 쓰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캐릭터들은 1차적으로 실제 역사적 사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덕임과 덕임의 친구들은 원작 소설의 캐릭터들을 최대한 구현했고, 영조와 산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영조는 리어왕, 산은 코딜리아다. 늘 의심하고, 시험하는 리어왕이 실제 역사 속 영조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덕로는 실제 역사 속 홍국영이 가진 야망을 구현했고, 중전 김씨 또한 명분을 중시하는 실존 인물 정순왕후를 그대로 가져왔다. 제조상궁은 모든 면에서 덕임의 그림자와도 같은 존재다. 덕임과 똑같은 궁녀이면서 정반대의 선택을 내리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클리셰를 비튼 일명 '역클리셰' 맛집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정해리 작가는 "'역클리셰 서고씬'은 처음에 제가 '클리셰' 그 자체로 썼다. 산이 덕임이를 뒤에서 받아주고, 무심하게 돌아서서 책을 고르는 장면이었어다. 그런데 정 감독님이 너무 뻔하다고 이 씬 아예 빼자고 그러는 거다. 그래서 제가 빼지 말고 기다리라고, 한 번 고쳐보겠다고 하고, 고민을 했다. 넘어지는 덕임이를 산이 뒤에서 확 밀어버리고 덕임이가 서고 선반에 머리를 꽝 박아버리는 걸로 썼더니, 정 감독님이 그제야 좋아하더라. 방송에 나온 걸 보니 선반이 아니라 책에 머리를 박는 걸로 바뀌어 있었다. 쓸 때는 이 씬이 위험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메이킹을 보니 세영씨가 의자에서 떨어지는 게 엄청 위험해 보여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몸을 사리지 않은 세영씨의 열연 덕분에 이 씬이 빛났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옷소매 붉은 끝동'에 대해 "MBC에는 훌륭한 사극들이 정말 많았어요. '옷소매 붉은 끝동'이 그 뒤를 이어가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 '허준', '대장금'을 다시 보면서, 오마주 장면도 몇 개 넣었다. 보면 '줄을 서시오', '맛이 있구나' 등등 몇몇 유명한 대사들이 들리실 거다. 훗날, 후배 작가님이 MBC에서 사극을 쓸 때 '옷소매 붉은 끝동'의 대사도 오마주 해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라며 작품이 회자되길 바랐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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