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각자 도생의 시대, 한국기업 슬픈 자화상

2022. 1. 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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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의 시대다.

국가와 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 기업에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국가와 기업 모두 샌드위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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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의 시대다. 국가와 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미-중 패권경쟁이 대표적이다. 정치갈등을 넘어 경제 영역으로 넘어왔다. 미국은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중국 기업과 투자기업에 노골적으로 불만의 메시지를 보낸다. 중국도 희토류 등 희소 자원을 무기로 맞받아치고 있다. 미국과 동맹인 한국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중국은 한국 기업에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미-중 갈등 속에 양쪽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현 정부는 친중(親中) 이미지가 강하다. 국가와 기업 모두 샌드위치 입장이다. 줄타기하던 한국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양측으로부터 대놓고 ‘누구 편이냐’를 요구받고 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직은 입장이 애매하다. 정부도 수사적 차원의 대응 외엔 사실상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러다 보니 우리 기업이 정부에 기댈 부분은 많지 않다. 능력껏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관련해 반도체와 배터리 등이 대표적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변화가 있는 것으로, 이제는 진영별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경제안보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장으로서 그나마 정제된 표현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은 입에서 단내가 나고, 속이 타들어 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미국에 투자도 해야 하고, 중국에 펼쳐 놓은 사업도 챙겨야 한다. 틈나는 대로 해외로 날아가서 맞닥뜨린 문제를 풀기에 바쁘다. 올해 총수들의 신년화두도 ‘생존을 위한 혁신’이다.

이런 마당에 국내 투자는 제대로 챙겨볼 여지가 없다. 오히려 기업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법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반대해온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달부터 시행된다. 예방보다는 처벌에 집중되면서 올해 재계 최대의 리스크로 떠올랐다. 이외에도 통상 임금 범위 확대, 노동이사제 도입 등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업으로서는 해외 이슈를 대응하기도 정신없는데, 국내 악재에까지 둘러싸인 ‘내우외환’의 상황이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일자리 창출을 독려했다. 하지만 재계와 만나 소통하는 것은 외면하고 있다. 4일 열린 경제계 최대 행사인 대한상의 신년 인사회에 문 대통령은 올해도 참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5년 임기 동안 이 행사 참석은 전무했다. 대통령이 중심이 된 청와대 행사에는 바쁜 총수들을 불러모아 이런저런 요구를 하지만 정작 재계의 애로 사안은 듣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다 보니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현 정부 5년 동안 해외에서 국내로 유턴한 대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우리 경제가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와중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제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금의 기업 환경을 보면 ‘기업은 도전하고 정부는 지원한다’는 ‘원팀’은 말뿐이다. 자국 기업을 키우려는 미국 정부와 같은 든든한 조력은 고사하고 안방 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기업의 슬픈 자화상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각자도생의 시대, 우리는 언제쯤 든든한 경제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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