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삿돈 1880억 횡령 석 달간 몰라? 겁나서 주식하겠나

2022. 1. 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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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국내 1위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직원이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초대형 횡령 사건이 터졌다.

횡령액은 이 회사의 자기자본(2048억원)에 버금가는 액수로, 2020년 벌어들인 영업이익 981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회사는 이런 사실을 3개월 동안 '깜깜이' 상태로 전혀 몰랐고 심지어 횡령을 저지른 직원은 이 기간 정상적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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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국내 1위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직원이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초대형 횡령 사건이 터졌다. 횡령액은 이 회사의 자기자본(2048억원)에 버금가는 액수로, 2020년 벌어들인 영업이익 981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국내 상장회사에서 벌어진 횡령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회계 관리가 엄격한 상장사인데도 석 달 가까이 거액의 횡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1880억원 횡령 사건’에는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가총액 2조원, 연간 6316억원의 매출을 내는 코스닥시장 23위 상장사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횡령이 내부 직원(재무팀장)에 의해 버젓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런 사실을 3개월 동안 ‘깜깜이’ 상태로 전혀 몰랐고 심지어 횡령을 저지른 직원은 이 기간 정상적으로 근무했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코스닥 상장사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건이다. 공모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오스템 측은 직원 개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더욱 황당하다. 사고를 일으킨 재무팀장 이모 씨와 함께 자금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5~6명인데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정상이 아니다.

국내 1위 임플란트업체의 명성을 믿고 이 회사 주식에 투자한 소액주주 2만명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오스템이 상장폐지를 면한다 해도 장기간 거래 정지가 불가피해졌다. 이씨가 횡령한 돈으로 투자한 주식 일부가 지난 연말 급등하면서 손실 규모가 117억에서 60억원 안팎으로 줄었다지만 시장 신뢰 추락으로 지난해에 8배가량 수직 상승했던 주가는 곤두박질칠 판이다. 최근 1년간 코스닥 상장사들의 횡령·배임 공시 건수가 56건이라니, 비단 오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엔 액수가 워낙 크다 보니 돋보였을 뿐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흔히 회자되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새해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한국 주식은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너무 저평가됐다”며 “(코스피) 4000을 넘어 5000 시대를 향해 가자”고 했다. 이 후보는 주가 조작을 엄벌하고 불법이익을 환수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면 코스피 5000 달성도 가능하다고 했다.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우선 가장 기초적인 상장사 내부의 회계 감시망부터 촘촘히 해야 한다. 오스템만 해도 외국인 지분율이 45%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그라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망령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개별 회사의 돌발 사고로 치부하지 말고 제도적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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