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본 듯한 두 경찰의 '케미'..탄탄한 연기로 익숙함 날려

안진용 기자 2022. 1. 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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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경찰이 한 명 있다.

출처 불명인 막대한 후원금을 받고 고급 빌라에 살며 명품 슈트를 걸치고, 고급 외제차를 탄다.

또 한 명의 경찰이 있다.

우정과 의심, 그사이 어디쯤에서 얽히고설키는 두 남자의 이야기는 '불한당'이나 '독전', '끝까지 간다'와 같은 영화를 통해 접했고 언더커버, 즉 잠입 경찰이라는 소재는 홍콩 누아르 '무간도'를 시작으로 '신세계'를 비롯해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던 '마이네임'에서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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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톡 - 5일 개봉 ‘경관의 피’

여기 경찰이 한 명 있다. 출처 불명인 막대한 후원금을 받고 고급 빌라에 살며 명품 슈트를 걸치고, 고급 외제차를 탄다. 수사력은 탁월하지만 왠지 구린내가 풍기는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 분)이다. 또 한 명의 경찰이 있다. 불의의 사고로 경찰이었던 아버지를 잃은 후 대를 이어 경찰이 된 원칙주의자 신입 민재(최우식 분)다. 감찰계장 황인호는 민재에게 강윤의 뒤를 캐라는 언더커버 업무를 맡긴 후 강윤의 팀으로 발령낸다.

5일 개봉하는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의 대략 줄거리다. 여기까지 내용만 놓고 보면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 우정과 의심, 그사이 어디쯤에서 얽히고설키는 두 남자의 이야기는 ‘불한당’이나 ‘독전’, ‘끝까지 간다’와 같은 영화를 통해 접했고 언더커버, 즉 잠입 경찰이라는 소재는 홍콩 누아르 ‘무간도’를 시작으로 ‘신세계’를 비롯해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던 ‘마이네임’에서도 다뤘다. 또한 신종 마약의 유통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관의 피’의 내용은 얼마 전 공개된 영화 ‘유체이탈자’와 닮았다.

틀거지가 익숙한 이유는, 이 영화가 2008년 공개된 일본 작가 사사키 조의 동명 소설(警官の血)을 원작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당시 TV아사히 개국 50주년 프로그램으로 3부작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 1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유사한 소재와 주제를 다룬 작품이 공개된 터라 ‘경관의 피’를 접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기 십상이다.

그런 허점을 단단히 틀어막는 건 주인공으로 나선 배우 조진웅과 최우식이다. 이미 ‘끝까지 간다’와 ‘독전’ 등에서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경찰 역을 선보였던 조진웅은 ‘경관의 피’에서 또 다른 느낌의 경찰 캐릭터를 빚는 데 성공했다. “귀족들 상대해 본 적 없지? 세상 1%만 상대하고 다니는 애들”이라며 좋은 옷과 차를 갖추고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강윤의 모습은 꽤 매력적이다. 처음에는 그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언더커버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던 민재가 차츰 강윤에게 감화되며 우정을 키워가는 과정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조진웅이라는 배우의 매력에 빠져드는 시간과 동일하게 흐른다.

자신이 세운 원칙이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겪으며 혼란스러워하는 민재를 맡은 최우식의 연기 또한 매끄럽다.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석연치 않은 죽음, 아버지를 둘러싼 비밀을 아는 대가로 맡게 된 언더커버 업무, 악이라 여기던 강윤에게 점차 동화돼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믿기지 않는 진실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민재의 모습은 그동안 최우식이 보여주던 연기와는 또 다른 결을 가진 캐릭터다.

두 배우의 호연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연출은 아쉽다. 일관성 없는 카메라 워킹은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특히 발음, 발성 좋기로 유명한 배우들을 쓰면서도 대사 처리가 매끄럽게 들리지 않게 한 음향 조절과 영화 속 상황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은 음악 삽입도 거슬린다. 119분. 15세 관람가.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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