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해체' 저지른 김종인에 尹 반격?..숨 가빴던 막전 막후

국민의힘 내부는 지난 2일 오전부터 선대위 개편 문제를 두고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 폭락 충격이 그만큼 컸습니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2일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윤 후보에게 선대위 쇄신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 자리에서 후보 비서실의 메시지, 일정, 정무 기능을 김 위원장 직할 조직인 총괄상황본부로 통합하고, '선거대책본부'로 명칭을 바꾸는 안을 윤 후보가 승낙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회동 직전 기자들에게 "메시지나 연설문을 전부 다 직접적으로 관리하려 한다"고 쇄신 방향을 암시했습니다.

당시까지 전면 해체 카드는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오후 들어 '6본부장' 총사퇴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권성동 사무총장 겸 당무지원총괄본부장이 보다 과감한 개혁을 명분으로 개편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6본부장들에게도 이런 뜻이 전달됐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 '본부장들이 다 물러나면 선거는 누가 하나'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쇄신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사이 새시대준비위원회도 공중에 붕 떴습니다.

지지율 반등을 위해선 신지예 수석부위원장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자 김한길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밝혔습니다.

사실상 해체 수순이었습니다.

이튿날인 어제(3일) 오전 7시.

김 위원장이 주재한 총괄본부장 회의에서 다시 선대위 쇄신안이 논의됐습니다.

윤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참석자가 전면 개편을 주장했으나, 김 위원장은 오히려 "그럴 타이밍이 아니다"고 잘랐다고 합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오전 9시 선대위 회의 직전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금태섭 선대위 전략기획실장 등과의 숙의 끝에 돌연 전날 거론됐던 선거대책본부 신설과 6본부장 총사퇴를 섞은 전면 개편안을 던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나중에 "저질렀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는 TV조선 인터뷰에서 "후보한테 내가 연락을 안 하고 발표했기 때문에 후보가 상당히 당황한 것 같다"며 "현재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누구 하나 저질러서 발동을 걸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끌어질 것 같아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도 긴밀히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윤 후보와의 교감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선대위 회의 후 김 위원장의 깜짝 카드가 공개되자 한국거래소 개장식에 참석 중이던 윤 후보가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여의도 당사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입은 굳게 닫혔습니다.

윤 후보가 당사에서 두문불출하는 동안 김 위원장은 도발에 가까운 거침없는 언행을 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공공연히 윤 후보 '패싱'을 시인하는 한편, 의원총회에서 "후보가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윤 후보측에서는 "후보 리더십을 무너뜨리는 발언"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윤 후보 측의 '반격'도 시도됐습니다.

공동선대위원장, 새시대준비위원장, 6본부장이 윤 후보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언론에 공지하면서 김 위원장도 명단에 끼워넣은 것입니다.

공보 라인에서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의 실수였다며 김 위원장을 뒤늦게 제외, 번복하면서 결국 해프닝으로 정리됐지만, 윤 후보 면을 세우기 위한 일부 참모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해프닝은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봉합됐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예상치 못하게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전선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를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인 이 대표는 "거취에 변함이 없다"고 방어막을 쳤습니다.

물밑에선 윤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의원의 사무총장직 사퇴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 사이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윤 후보 측근들은 '이 대표를 버려야 한다'는 취지의 건의를 했습니다.

이에 윤 후보는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참모는 '김 위원장 퇴출'까지 거론했다고 합니다.

윤 후보는 오늘 공개 일정도 전면 취소한 채 당사를 떠나며 선대위 쇄신 폭에 대해 "제가 뭐라고 자세히 말씀드리기 그렇다"고 답변을 피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