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스토리, 분위기로 압도하는 '컬트 뮤지컬'

장병호 2022. 1. 4.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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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개막한 뮤지컬 '더데빌'을 본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록 뮤지컬로 재창작한 이 작품은 처음 본 관객이라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더데빌'이 초연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스토리의 난해함마저 압도하는 작품 특유의 분위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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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네 번째 시즌 맞은 '더데빌'
'파우스트' 록 뮤지컬로 재해석
강렬한 조명, 배우 열연 압도적
배우 송용진 연출 변신..내달 27일까지 공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내가 뭘 보고 나온 거지?’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개막한 뮤지컬 ‘더데빌’을 본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록 뮤지컬로 재창작한 이 작품은 처음 본 관객이라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110분 동안 대사 없이 총 27곡의 넘버로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의 뮤지컬인데다 가사도 난해해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뮤지컬 ‘더데빌’의 한 장면(사진=알앤디웍스)
2014년 초연 당시 ‘괴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뮤지컬이다. 그러나 벌써 네 번째 시즌 공연을 맞을 정도로 마니아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더데빌’이 초연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스토리의 난해함마저 압도하는 작품 특유의 분위기에 있다.

스토리보다 먼저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좀처럼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조명이다. ‘더데빌’의 조명은 대극장 뮤지컬에서도 보기 힘든 현란한 변화로 그야말로 눈을 즐겁게 한다. 강렬한 록 사운드, 그리고 무대를 이끄는 앙상블인 5명의 ‘가디언즈’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스모키 화장에 가죽 의상을 입은 ‘가디언즈’가 보여주는 춤과 노래는 공연장을 때로는 록 콘서트장으로, 때로는 클럽으로 만든다.

스토리는 알고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월스트리트의 전도유망한 주식 브로커인 존 파우스트를 둘러싸고 빛을 상징하는 ‘X-화이트’와 어둠을 상징하는 ‘X-블랙’이 내기를 벌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더데빌’의 주된 스토리다. X-블랙의 유혹에 넘어간 존 파우스트가 점점 타락하는 동안, 그의 영혼인 그레첸 또한 점점 피폐해져 간다. 스토리의 난해함과는 별개로 역할에 몰입해 ‘샤우팅’ 대결을 펼치는 네 주역 배우의 노래 대결도 ‘더데빌’의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뮤지컬 ‘더데빌’의 한 장면(사진=알앤디웍스)
열광적인 마니아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록키호러쇼’ 못지않은 한국판 ‘컬트 뮤지컬’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번 공연은 앞선 세 번의 시즌에서 존 파우스트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송용진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초연부터 함께하며 많은 애정을 가진 작품인데 이번 시즌 연출로 함께 하게 돼 기쁘다”며 “새로운 것을 만든다기보다 기존의 작품에 저만의 색깔을 입혀 좋은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대학로 대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X-화이트 역에 박민성·고훈정·백형훈·조환지, X-블랙 역에 김찬호·박규원·장지후가 캐스팅됐다. 존 파우스트 역은 이승헌·배나라·이석준이 맡으며, 그레첸 역으로는 여은·김수연·이지연이 출연한다. 스토리보다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 경험해볼만한 작품이다. 공연은 오는 2월 27일까지.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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