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간접흡연/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출근할 때 두 군데의 흡연구역을 통과해야 한다. 애연가들이 업무 전 최대한 흡연욕을 충족시키려는 듯 뿜어낸 연기가 자욱하다. 엄동설한에 시린 손가락에 담배를 끼워 든 모습이 안쓰럽다. 비흡연자인 나로선 연기를 뚫고 지나가는 게 고역이다. 젊은 시절 끽연을 즐겼던 내가 이 정도 간접흡연을 불편해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싶기도 하다. 오래전 입사했을 때 사무실은 골초들이 뿜어낸 연기로 자욱했다. 비흡연자들의 고통이 말도 못 했을 것이다.

최근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니 여성 폐암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노년 여성이 많다. 대부분 평생 담배 한 개비 피우지 않은 분들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이 흥미롭다. 과거 남성 흡연율이 70%를 웃돌 때 가장이 피운 담배 연기에 노출된 세대가 예순이 넘어 폐암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같은 양이라면 간접흡연이 직접흡연보다 몇 배나 더 해롭단다. 어릴 적 우리 집에 마실 온 동네 어르신들이 방 안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고역이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임창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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