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사적 영역 간병, 공적 영역 편입 서둘러야

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한의사 2022. 1. 4.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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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용 변호사

간호는 의료행위다. 간병은 환자 가족이 하는 가사일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환자를 간호한다는 말에는 그 환자를 간병한다, 즉 수발하고 일상을 돕는다는 개념이 들어 있다.

서구에서는 원래 병원이 의사가 치료하는 시설이 아니라 수용시설에서 출발했다. 예를 들어 1656년 루이 14세가 정신병자(광인)를 수용하기 위해 세운 기관의 이름은 '호스피털 제너럴'(hopital general·종합병원)이었다. 광인뿐 아니라 부랑인, 거지, 가난한 불구자, 무의탁 노인 등도 함께 수용됐다. 세상과 격리하는 것이 목적이었지 환자를 고쳐주는 곳이 아니므로 의사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들을 돌보는 사람은 간호사였다.

때문에 보호자가 의료인과 함께 환자를 돌보는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개념은 존재하기 어려웠다. 실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에서는 간호사 중심의 간병체계가 확고히 자리잡았다. 애초 간병 역시 간호의 일종이고 간호사의 고유업무였던 것이다. 가족이나 보호자는 오히려 병원 방문이 제한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병원은 처음부터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었다. 종합병원은 더 나은 설비를 갖추고 더 높은 위상을 가진 의사들이 모인 의료기관으로 여겼다. 당연히 가족, 보호자는 환자 치료에 최선의 조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 환자를 수발 드는 가족, 보호자의 행태가 그대로 병원으로 옮겨가서 의료인을 도와 환자 곁에서 자신의 원래 역할을 한 것이다. 간병인과 유료간병서비스제도 역시 애초 보호자의 간병을 전제로 가족이나 보호자의 가사업무를 대체하는 형태로 출현했다.

문제는 질병이 갈수록 만성화하고 사망은 늦어지며 노인인구가 늘어가는 데 있다. 장기간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갈수록 는다는 의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사망하기 전 10년간 요양병원, 요양시설에서 지내는 기간은 평균 700일이 넘는다. 누구든 일단 요양병원에 입원하기만 하면 평균 170일 넘게 병원생활을 한다. 이 정도면 간병 부담은 개인 차원에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해결이 필요한 일이다. 2008년 장기요양보험 도입, 2015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등이 돌봄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었다.

문제는 정부의 간병정책이 급성기병원 내 간병에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 간병문제는 급성기병원보다 요양병원이나 집에서 발생한다. 의료적 필요도가 높은 급성기 치료는 짧은 기간의 집중적 관리를 요하므로 돌봄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진짜 부담은 후급성기, 회복기의 지난한 요양과정에서 생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다행히 만성병 관리와 노인돌봄 분야에서 요양보호사라는 공적 제도가 있고 장기요양보험이라는 공적 급여도 일정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요양병원의 간병인은 사각지대다. 건강보험상 급여가 아니므로 모든 비용은 환자가 대야 한다. 비급여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병원이 직접 간병을 제공하는 것도 금지되고 실손보험 적용에서도 배제된다. 급성기병원, 요양병원, 요양시설, 가정과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돌봄 연속체에서 요양병원만 사각지대가 된 것이다. 핵심은 요양병원 간병문제의 해결다.

최근 대통령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는 돌봄국가책임제 도입을, 윤석열 후보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간병을 더이상 사적 영역에 방치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간병이 공적체계로 들어오면 간병인 교육, 인증, 관리, 감독이 가능해질 것이다. 요구되는 수준에 걸맞은 처우개선과 사회적 지위향상도 기대된다. 이를 통해 간병인력 공급도 늘어날 것이다.

얼마 전 중앙보훈병원에서 중환자들의 가래와 가스 등을 빨아들이는 석션을 보호자나 간병인이 해왔다는 것이 내부 고발로 드러나 국가보훈처가 사과한 일이 있었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댓글 중 1위가 그러면 석션은 누가 하느냐는 한탄이었다. 간병이 제도권 밖에 방치돼서 생기는 괴리다.

전세계 고소득 국가들 통틀어 병원에서 간병을 환자가 직접 해결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공약에 머무르지 않고 실행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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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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