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작업하다 2만2000볼트 감전사.. 예비신랑 하청노동자의 비극

전봇대에 올라 작업을 하던 30대 남성이 2만2000볼트 고압 전류에 감전돼 치료를 받다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숨진 남성은 사고 당시 절연 장갑이 아니라 일반 면장갑을 착용한 채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작업을 발주한 원청인 한국전력 관계자 등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작년 11월 8일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인근의 전봇대가 기울어져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사건과 관계 없음. /뉴시스

3일 경기 여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모(38)씨는 지난해 11월 5일 여주시 한 신축 오피스텔 인근 전봇대에서 전기 연결 작업을 하던 중 고압 전류에 감전됐다. 사고 직후 그는 의식을 잃은 채 10ｍ 상공에서 전봇대에 매달려 있었다.

행인의 신고로 구급대가 김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김씨는 맥박과 호흡은 있었지만, 상반신 대부분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치료받던 김씨는 사고 19일 만인 같은 달 24일 패혈증으로 숨졌다. MBC는 숨진 김씨가 “38번째 생일 바로 다음날 숨졌다”며 “그는 올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라고 보도했다.

하청업체 노동자인 김씨는 고압 전기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작업차 대신 일반 트럭을 타고 작업했다고 한다. 작업 때 사용된 장갑도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이었다. 또 한국전력 안전 규정상 해당 작업은 2인 1조로 진행해야 하지만, 김씨는 사고 당시 홀로 현장에 투입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속한 하청업체 관계자들과 원청인 한전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은 정황을 확인해 관계자들을 입건했다”며 “조사를 마치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