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北 도발 역사와 섣부른 종전선언

2022. 1. 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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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칫 성급한 종전선언으로 어떠한 우(愚)를 범할 수 있는가를 역사적인 사례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종전선언'에 의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전방 감시초소(GP)가 단계별로 철수되는 등 경계심이 이완되기 쉽다.

급하다고 생각될수록 종전선언을 할 만큼의 제반 여건이 갖추어져 있는지 돌다리를 두들기는 심정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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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살다 보면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하고 철석같이 믿었던 일에서 흔히 의외의 허점이 발견되거나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변수로 상황이 역전돼 일을 그르치거나 낭패를 보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이 속담이 주는 교훈처럼, 설사 확실하게 보일지라도 한 번 더 확인하고 조심해야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기에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시점에는 꼭 한 번 되새겨보게 된다.

최근 종전(終戰)선언과 관련해 다양한 찬반 논의가 있는 것 같다.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은 6·25전쟁으로 인한 적대관계를 해소함으로써 기존의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것으로, ‘전쟁이 끝났음’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정치행위라 하겠다. 이에 ‘종전선언’은 남북한 갈등과 대립의 고리를 끊고 진정한 평화를 상징하는 선언이 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잘 살펴보면 갈등과 대립의 핵심인 북한 비핵화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이나 로드맵이나 마스터 플랜조차 없는 등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하에서 ‘종전선언’을 성급하게 추진하려는 것 같아 우려를 자아내게 된다.
이준희 전 국방대 직무교육원 교수
북한은 이미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북한이 50∼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북한의 선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칫 성급한 종전선언으로 어떠한 우(愚)를 범할 수 있는가를 역사적인 사례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북한이 화해와 협력을 강조한 때는 어김없이 도발을 자행했다.

지난 70년간을 돌아보면 북한은 화해 협력을 주장할수록 도발을 해왔다. 이에 종전이 선언되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진정한 한반도 평화정착의 촉매제 역할을 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북관계 70년사를 통해서 보더라도 대화와 화해 무드가 조성될수록 북한의 대남도발은 줄어들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대북경계심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종전선언’에 의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전방 감시초소(GP)가 단계별로 철수되는 등 경계심이 이완되기 쉽다. 또 병사들 복무기간이 현행 육군기준 18개월로 단축돼 임무 숙련도가 낮은 상태에 있는데, 종전선언으로 전쟁이 끝났다는 인식을 갖게 해 주적(主敵)개념이 사라짐으로써 정신적 해이현상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현재 한·미연합훈련도 실시하지 않고 컴퓨터 게임처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예산 미편성으로 영구히 훈련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종전선언이 몰고 올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종전’은 언젠가는 선언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섣부른 선언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안보분야만큼은 1%의 실수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시행착오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급하다고 생각될수록 종전선언을 할 만큼의 제반 여건이 갖추어져 있는지 돌다리를 두들기는 심정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해하겠다.

이준희 전 국방대 직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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